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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부터 현역병 태부족…징병? 모병? 머뭇머뭇하다 날 샌다

‘뜨거운 감자’ 모병제

“김 상병님이랑 최 병장님이 가위바위보 졌으니까 청소 당번하십시오.”
 

휴대폰 허용 등 선진병영 됐지만
병역자원 급감, 징병만으론 한계

2037년 필요 병력 20만 명 못 채워
전신 문신도 현역 입대 등 쥐어짜

병무청장 “징병 30%, 모병 70%를”
‘징·모병 혼합 방식’ 대안으로 거론

지난 7일 13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동부전선 여단 본부 소속 한 병사의 글이 올라와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병사는 과거와는 확 달라진 병영 생활 풍경의 대표적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이등병이 TV 리모컨을 마음대로 만지고 (채널을) 조정해도 혼나지 않는다. 입맛 없으면 결식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오히려 일·이등병들이 스스로 결식을 하지 않는다.”
 
엄격한 상명하복에 군기 잡힌 내무생활을 경험한 아버지 세대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다. 글을 본 누리꾼 중 일부는 “요즘 군대는 너무 군기가 없어 문제”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똥 군기가 사라진 즐거운 군 생활”이라는 긍정적 댓글이 많았다.
 
고교 중퇴 등 학력 제한 항목도 없애  
 
올해부터 신체검사 등급 판정이 바뀌어 문신, 저학력은 면제 대상이 아니다. [중앙포토]

올해부터 신체검사 등급 판정이 바뀌어 문신, 저학력은 면제 대상이 아니다. [중앙포토]

군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병사들은  일과 시간 이후에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밀 유출 등 우려도 있었지만, 자살과 탈영 등이 대폭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병영 내 자유로운 분위기가 정착하면서 입대자들의 부담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5월 입대 예정인 A(22)씨는 또 다른 문제로 고민 중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요즘 군대 아주 편해지고 좋아졌다는 소식을 주변에서 전해 들었지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거리는 ‘문신’이다. A씨는 “3년 전 친구들과 어울려 양팔에 제법 크게 꽃과 곤충 모양의 문신 시술을 받았는데 입대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요즘 문신 제거 전문 성형외과를 알아보는 중이다.
 
문신은 과거에는 병역 기피의 대표적 수단이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적발된 병역면탈 사례 342건 중 고의 문신 적발은 58건으로 체중 조절(115건), 정신질환 위장(68건)에 이어 세 번째였다. 지난해까지 전신 문신을 하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문신이 병역 면제 항목에서 빠졌다. 문신이 신체적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현역 복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까지는 고교 중퇴자, 중학교 졸업자나 중퇴자 등은 현역병이 아닌 사회복무요원 등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학력 제한 규정도 완전히 폐지됐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이러한 조치가 병역 이행의 형평성 차원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인구 절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57만여 병력 중 병사는 30여만명이다. 복무 기간이 현행 18개월로 유지된다면 매년 20만명 이상이 새로 입대해야 병력이 유지되는 구조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에 따르면 병역자원은 이미 급감하기 시작했고, 2036년부터는 현역 입영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 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분석은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통계청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살 남성 인구는 33만명에서 2022년~2036년엔 22만~25만명으로 줄어든다. 또 2037년 이후엔 20만명 이하로 더 떨어진다. 이대로라면 연령별 실제 입대자 수 추이를 감안할 때, 202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신규 현역 가용자원이 서서히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며, 2030년대 이후엔 병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부는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군병력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또 문신, 학력 기준 외에도 의무경찰, 해양경찰, 의무소방원 등 ‘전환 복무’도 없앨 방침이다. 이 밖에 산업기능 요원, 전문연구 요원, 승선근무예비역 등 ‘산업지원인력’ 규모도 감축해 현역 입영 대상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쥐어짜기식’ 방안은 가까운 미래에 닥칠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행 징병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안으로 모병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는 제안도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병무 행정을 책임지는 모종화 병무청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10∼15년 후 현역 인원이 부족해지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정치권 내에서도 징병제와 모병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 중 하나였다. 20대 국회 당시인 2019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모병제 전환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모병제를 당론으로 정하고 총선 공약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의원들은 찬반양론으로 팽팽히 갈렸다.  
 
20대 국회, 모병제로 전환 논란 팽팽
 
찬성 측은 “인구 절벽의 가속화로 인해 징집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대 측은 “분단국가에서 모병제 전환은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월 300만원 수준으로 모병제를 시행하면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고학력자들이 아닌 소위 돈 없고 빽 없는 이들만 ‘생계형’으로 군에 입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 여론 등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다.
 
모병제 전환을 위해서는 예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2019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모병제 도입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 자료에 따르면 100% 전면 모병제를 실시해 병사 20만명을 모집하는 경우 2021∼2025년 소용 비용은 29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징병제를 유지할 때의 비용은 15조8000억원이었다. 매년 2조7000억원의 예산이 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집된 병사가 현행 부사관 보수의 90%를 받고 2년간 복무하는 것으로 가정한 수치다.
 
징병제와 모병제를 섞은 ‘징모혼합제’ 주장도 있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징병제만으로는 한계에 왔다”면서도 전면적인 모병제보다는 징병과 모병의 혼합 방식을 제안했다.  
 
모 청장은 “대만의 경우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병력 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며 “징병 30%, 모병 70%인 징·모병 혼합 방식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원자 모집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급여와 안정적인 생활환경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차제에 병력 부족을 해소하려면 여성 징병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 역시 찬반 여론은 팽팽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징병이든,모병이든 다가올 병력자원 감소 문제에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체 대안으로 전체 병력을 줄이고 정예병력 위주로 군 구조를 개편하는 한편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군으로 전환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회원국 57% 103개국서 모병제, 러·중은 징병제와 혼용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병역제도는 모병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모병제로 전환한 일부 국가 중에서는 병력 충원 등 문제로 다시 징병제로 전환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모병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103개국으로 유엔 회원국(192개국)의 57.4%에 달한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스위스·터키·이스라엘 등 66개국이다. 모병제와 징병제를 혼용해 운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은 1973년 모병제로 전환했다. 미국은 베트남전을 거치며 징병제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저학력·저소득 계층이 주 징집 대상이 되고 상대적으로 고학력자 등의 병역기피가 이어지며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 모병제 전환의 계기가 됐다.
 
유럽에서는 1963년 영국이 모병제로 전환한 첫 국가다. 다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냉전 종식 후인 1990년대부터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1996년에 프랑스를 비롯해 2004년 이탈리아가 모병제를 실시했다. 독일도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다. 스웨덴은 유럽 국가 중 다소 늦은 2018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인력 수급을 이유로 다시 징병제로의 재전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여전히 징병제를 고수하는 나라는 노르웨이, 스위스 정도다. 특히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자들도 남녀평등 차원에서 1년간 의무 복무를 하는 나라다.
 
러시아와 중국처럼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하는 제도를 택하는 나라도 있다. 러시아는 2017년 군병력의 70%, 2020년에는 90% 가까이 모병제로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 군 내 반인권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이 제도 전환의 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중국은 1999년 병역법을 개정해 의무병역제도를 전문에서 삭제하고‘의무병과 지원병을 상호 결합한다’라고 규정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2018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완전 모병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국방 예산 부족과 병력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은 현역병 여부를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한다. 매년 4월 학생예비군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이중 신체검사를 통과한 21세 남성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검은색 카드를 뽑으면 병역 면제, 붉은색 카드를 뽑으면 현역으로 복무해야 한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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