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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코로나에 재택임종 택했지만…돌봄 어려워 더 고통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권익우(80)씨는 월남전 파병 때 겪은 고엽제 후유증 때문에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1년 전 낙상 후 세 차례 수술을 받고 폐렴을 치료하느라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지난해 9월께 집으로 옮겼다. 그와 가족 모두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 요양병원도 거부했다. 권씨는 아내 옆에 있길 원했다. 여명이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면회 제한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작년 병원 객사 사상 첫 감소
요양병원 자녀 면회 금지 탓
가정돌봄 여건 안 돼 아우성
“요양보호사 8시간으로 늘려야”

아내(80)와 자녀들(2남 1녀)이 밤낮으로 돌봤다.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를 빠트리지 않았고, 고깃국을 끓였다. 이마저 안 먹으면 숟가락으로 꿀물을 먹였다. 권씨는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며느리들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했다. 8명의 손자 재롱을 즐겼고 “공부 열심히 해라”고 당부했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잘 잤어요”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들 권용진(52·서울대병원 중동지사장)씨는 “요양병원 가면 같이 보내지 못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못 해 드린다. 인공호흡기 꽂고 항생제 쓰면 더 살겠지만 대화도 못 하고, 손자가 못 간다. 재택임종 선택을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희연호스피스클리닉 이영인 원장(오른쪽)과 간호사가 9일 말기암 환자를 방문해 욕창을 치료하고 영양 수액을 주사했다. 가정호스피스 서비스의 일환이다. [사진 희연호스피스클리닉]

희연호스피스클리닉 이영인 원장(오른쪽)과 간호사가 9일 말기암 환자를 방문해 욕창을 치료하고 영양 수액을 주사했다. 가정호스피스 서비스의 일환이다. [사진 희연호스피스클리닉]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데가 어딜까. 경남 창원시 희연호스피스클리닉 이영인 원장은 “당연히 집이지요”라고 말한다. 나답게 보내는, 나를 위한 공간이 집이다. 우선 환경이 익숙하다. 의료진의 잔소리도 없다. 옆 환자의 고함을 안 들어도 된다. 기저귀 가는 걸 알아차릴 사람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다. 이 원장은 재택임종의 장점을 끝없이 댄다. 이 원장은 9일 오전 76세 말기 방광암 환자 왕진을 다녀왔다. 욕창을 치료하고 영양 수액을 꽂았다. 섬망(의식이 흐리고 착각과 망상을 일으키며 헛소리를 하는 증세)을 줄이는 약을 처방했다. 이 환자는 처음부터 재택임종을 원했고 가정호스피스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한다. 큰 병원 의사가 여명을 두 달로 예상했지만 1년 가까이 생존해 있다.
 
연명의료가 확산하면서 의료기관 사망이 수십 년째 증가해오다 지난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망장소가 의료기관인 사망자의 비율이 2019년 77.1%에서 지난해 75.6%로 떨어졌다. 주택 사망은 13.8%에서 15.6%로 늘었다. 병원 사망, 즉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숨지는 객사(客死)가 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요양병원 면회 금지(제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뇌종양 환자(60)는 서울대병원에서 지난해 중순 말기 진단을 받았다. 호스피스로 가려 했으나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요양병원은 면회가 금지된다는 말을 듣고 생각도 안 했다. 집으로 갔다. 자녀 둘은 해외에 살고, 한 명은 어린 자녀가 있어 환자 아내가 간병을 도맡았다. 여명이 얼마 안 돼 간병인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욕창이 생겼고, 의식 저하로 이어졌다. 폐렴이 따라왔다. 응급실에 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어 거기도 거부했다. 서울대병원 측이 임종 준비 교육을 했다. 하지만 환자가 계속 끙끙 앓았고, 열이 나자 1인 간병이라도 가능한 요양병원을 알아봤다. 그러는 새 환자는 숨을 거뒀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요양병원 면회가 제한되면서 재택임종 선택이 늘었지만 돌봄 인프라가 안 돼 있다보니 오히려 고통이 커져 임종의 질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말기 암환자는 집에서 통증 조절이 잘 안 돼 힘들어한다. 또 임종 직전 응급실로 실려 와서 사망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사망장소변화

사망장소변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호스피스가 15~20% 줄어든 점도 가정 사망을 늘린다. 42세 유방암 환자는 암세포가 폐·뼈·간으로 전이돼 수차례 항암치료를 했으나 소용이 없어 집으로 왔다.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호스피스기관을 알아봤으나 강원 지역의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바뀌어 갈 데가 없었다. 서울의 시댁 근처를 알아보다 면회 제한 때문에 포기했다. 남편·아이(4, 7세)와 함께할 방법이 없었다. 통증과 호흡곤란이 심해졌다. 증세가 며칠 지속하자 보다 못한 남편이 119를 부르려던 차에 숨을 거뒀다.
 
가정임종의 전제조건은 24시간 보살핌이다. 인천성모병원 김대균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가정임종 기반을 넓히고 질을 높이려면 간병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요양보호사 파견 시간을 하루 4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리고, 말기 환자의 등급판정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64세 이하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병 애로 때문에 가정호스피스 제공기관이 39개에서 늘지 않는다”며 “의사의 가정 방문을 늘릴 수 있게 수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 조현정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은 “외국은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가 다양하다. 영국은 주치의 왕진이 활성화돼 있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말기 환자 집에서 1박 2일 간호하기도 한다”며 “우리는 집에 가는 의료서비스가 가정간호·가정호스피스밖에 없다. 누군가가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지역사회의 다양한 돌봄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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