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된 경자유전 농지 수난시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과거에 엄격했던 농지 불법취득 제재 조항이 느슨해진 것도 문제다. 원래 농사를 짓지 않고 불법으로 땅을 사면 소유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1994년 현행 농지법이 개정·통합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실이 발각돼도 소유권은 인정하고 6개월 이내에 되팔도록 규정이 약해졌다. 그나마도 간단한 묘목이냐 작물을 심어 놓으면 농사를 짓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한 조경업체 관계자는 “보통 보상을 노리고 농지를 사는 사람들은 땅에 비닐을 씌워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한 뒤, 묘목을 심어 놓으면 관리 없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면서 “LH 직원들도 비슷한 사례로 보이는데, 현재 농지법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농지법으론 LH 직원 처벌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사저 부지와 2층짜리 주택(붉은 선).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이 농지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9/135a78dc-9213-4842-9e31-1a9afd8f44c8.jpg)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사저 부지와 2층짜리 주택(붉은 선).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이 농지다. [연합뉴스]
대통령뿐 아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도 농지 소유 비중이 높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대 국회의원 농지소유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회의원(300명) 중 25.3%인 76명(배우자 포함)이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로 치면 40ha로 소유 가액은 133억6139만4000원 달했다. 1인 평균 0.52ha를 소유한 셈인데 우리나라 농가 48%가 농지 0.5ha 이하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고위공직자(1862명)도 38.6%(719명)가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팀장 “정책결정권자들이 실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불필요하게 농지 가지고 있으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땅 투기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 개발지로 전락한 농지
농지소유 8년이 넘으면 임차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노리고 버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경지면적 168만ha 중 농업인이 소유한 면적(94만ha)은 56%에 불과했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농지 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예비 개발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완대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LH 같은 사례가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