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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왜 농부 됐나…농지 수난시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부지에 매입한 토지 대부분이 농지로 밝혀지면서, 땅 투기에 농지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취득하는 것이 편법적인 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명무실 된 경자유전 농지 수난시대

9일 기획재정부와 농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현행 농지법 6조 1항에 따르면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다. 하지만 농지 관리나 규정이 느슨해 농사를 짓지 않거나 짓는 흉내만 내고도 땅을 보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토지거래를 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농지를 살 때 농업경영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지만, 계획서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위를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면서 “나중에 실제 농사를 짓는지 확인하러 올 수도 있지만, 작물을 심기 위해 잠깐 땅을 놀려놓고 있다고 해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엄격했던 농지 불법취득 제재 조항이 느슨해진 것도 문제다. 원래 농사를 짓지 않고 불법으로 땅을 사면 소유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1994년 현행 농지법이 개정·통합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실이 발각돼도 소유권은 인정하고 6개월 이내에 되팔도록 규정이 약해졌다. 그나마도 간단한 묘목이냐 작물을 심어 놓으면 농사를 짓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한 조경업체 관계자는 “보통 보상을 노리고 농지를 사는 사람들은 땅에 비닐을 씌워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한 뒤, 묘목을 심어 놓으면 관리 없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면서 “LH 직원들도 비슷한 사례로 보이는데, 현재 농지법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농지법으론 LH 직원 처벌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사저 부지와 2층짜리 주택(붉은 선).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이 농지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사저 부지와 2층짜리 주택(붉은 선).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이 농지다. [연합뉴스]

허술한 농지 관리 때문에 농지 취득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경우도 많다. 이번 LH 직원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도 사저 부지로 농지를 매입하면서 “영농경력 11년”이라고 기재해 문제가 됐다. 당시 청와대는 “실제 김정숙 여사가 비료를 주고 경작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뿐 아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도 농지 소유 비중이 높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대 국회의원 농지소유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회의원(300명) 중 25.3%인 76명(배우자 포함)이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로 치면 40ha로 소유 가액은 133억6139만4000원 달했다. 1인 평균 0.52ha를 소유한 셈인데 우리나라 농가 48%가 농지 0.5ha 이하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고위공직자(1862명)도 38.6%(719명)가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팀장 “정책결정권자들이 실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불필요하게 농지 가지고 있으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땅 투기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 개발지로 전락한 농지

농지는 농업 외에는 원칙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지에 비해서 가격이 싼 편이다. 하지만 이번 광명·시흥 신도시 사례에서도 보듯 언제든 개발 지역으로 편입될 수 있어 “아는 사람들은 아는 투자처”이기도 하다.
 
농지소유 8년이 넘으면 임차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노리고 버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경지면적 168만ha 중 농업인이 소유한 면적(94만ha)은 56%에 불과했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농지 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예비 개발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완대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LH 같은 사례가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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