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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악가 꿈' 시각장애인 "교사가 학대" VS "대가 없이 헌신"

아동학대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아동학대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경찰에 고소장…'아동학대' 진실 공방  

성악가를 꿈꾸던 시각장애인 소녀가 성인이 된 뒤 학교에서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친 스승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스승은 "제자의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해 지도했을 뿐 학대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건추적]
음대 졸업 20대 여성 "5년간 학대"
교사 "대가없이 지도…억울" 반박

 
8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시각장애 1급인 A씨(25·여)는 지난해 12월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전북의 한 특수학교 음악교사 B씨를 관할 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1월 A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용빈 변호사는 "B교사가 2010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복지시설 예배실과 중등부 건물 3층 회의실, 체육관 등에서 성악 수업을 하던 중 A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제자 "입 제대로 벌리지 않는다 등 폭행"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1996년 3월부터 2019월 2월까지 모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살며 해당 학교를 다녔다. A씨는 중학교 2학년 때인 2010년 3월부터 B씨에게 성악 수업을 들었다. 당시 수업은 다른 학생들이 모두 가고 난 오후 4시15분쯤 시작해 오후 6~7시쯤 끝났다.
 
당시 B교사는 A씨에게 "나에게 레슨 받게 되면 좀 힘들 수도 있어. 그거 알고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이 말이 수업의 강도가 높지만 나에게 도움 되는 일일 거라 생각하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 후 B교사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 측은 "B교사가 원하는 만큼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복부를 주먹으로 때렸으며, '표정 관리를 못한다'며 광대뼈 부위를 주먹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B교사는 '노래를 하면서 입을 제대로 벌리지 않는다'며 입을 주먹으로 때리는가 하면 '입을 제대로 벌리지 않으면 숟가락을 가져와 토하게 만들겠다'며 B교사의 손을 입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A씨가 고통과 두려움에 눈물을 터뜨려도 B교사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며 "A씨는 눈이 보이지 않아 언제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는 공포심에 하루하루를 견뎌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교사가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정서적 학대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B교사가 복지시설 내 한 회의실에서 A씨에게 수영복을 갈아입게 한 뒤 혼자 노래 연습을 하게 했다"며 "당시 유리로 된 회의실 문 밖에는 남자 교사 2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 측은 "B교사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미친 X'이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정신 차리라'면서 페트병에 있는 물을 A씨에게 뿌렸다"며 "'소리를 제대로 못 낸다'며 더운 여름에 학교 운동장을 매일 뛰면서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윗몸일으키기를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아동학대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아동학대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수영복 입고 노래 연습" 주장도

김 변호사는 "A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4년 7월 몸에 이상 증세가 발생했다"며 "B교사만 보면 몸이 떨리고 경직돼 말을 할 수 없는 실어증 상태가 됐으며, 이후에도 불안장애와 신체적 학대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뒤늦게 학대 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A씨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었고, B교사에 대한 두려움 탓에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2019년 복지시설을 떠나 집에 돌아갔지만, 아버지에게 학대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며 "지난해 A씨가 자신을 돕던 장애인활동보조인에게 과거 학대 피해 사실을 말한 뒤에야 아버지도 이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지난해 7월 전북교육청에 "우리 딸이 B교사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진정을 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당시 트라우마 때문에 본인이 겪었던 일을 기억해내는 것도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교사 "교본대로 지도…학대 없어" 

반면 B교사는 "학대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B교사는 전북교육청 조사에서 "음대에 가서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A씨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근무 시간 외에 개인 시간과 사비를 들여 성악을 가르치고 각종 대회와 외부 행사에 데리고 나갔다"며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교사는 또 "교본대로 발성법과 호흡법 등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목과 배 등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과 욕설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안이 보이는 회의실에서 A씨에게 수영복을 강제로 입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발성법 등을 가르치기 위해 실내 체조복을 입힌 적이 있지만, 교본에 나오는 지도 방법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또 "복식 호흡에 필요한 배의 힘이나 체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를 시킨 적은 있지만, 괴롭히려고 한 게 아니다"고 했다. 
 
B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현재 휴직 상태"라며 "잠을 못 자고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 결과 학대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7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A씨가 "B교사가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쓰러져 무산됐다고 한다. 담당 장학사는 "양측 입장이 달라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해결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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