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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송구" 고개숙인 여당, 先셀프조사 방침은 안바꾼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8일 4·7 재·보선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부터 머리를 숙였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LH 투기 의혹으로 시민들이 분노와 실망 느끼고 계신 것 아프도록 잘 알고 있다”면서 “정말 송구스럽단 말을 먼저 올린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분노의 시선으로 모든 공직자와 공공기관을 주시한다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확인되자 자세를 낮춘 것이다. 투기 의혹 보도 전후에 걸친 지난 2~5일 진행된 리얼미터 조사(YTN 의뢰)에선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에선 국민의힘의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7%포인트 상승한 34.2%로, 1.7%포인트 하락해 29.6%에 그친 민주당을 앞섰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전주 대비 0.9% 상승한 국민의힘이 39.9%, 민주당은 1.9%포인트 하락한 25.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퇴임 후 첫 메시지로 LH 사태를 겨냥하면서 판이 커졌다. 윤 전 총장은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조사로 시간을 끌면 증거가 인멸될 우려가 크다.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5년 2기 신도시 건설 때 당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로서 파주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면서 “사람을 불러서 조사할 게 아니라 돈의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청와대도 비상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할 것”(지난 3일) “발본색원하라”(4일) 등 문재인 대통령의 강도 높은 지시에도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자 정부와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5일엔 “청와대 직원과 그 가족의 3기 신도시 토지 소유 여부를 신속히 조사하라”(5일)는 문 대통령의 추가 지시가 나왔고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불러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를 설치하라고 8일 지시했다.“(이미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민간에 대한 조사나 수사 권한이 없어 차명 거래, 미등기 전매 등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보좌진 제외)의 3기 신도시 지구 내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하니 협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선(先) 셀프조사 방침은 여전

 
그러나 조사 방법론에 대해선 선(先) 전수조사-후(後) 경찰수사 방침을 고수했다. 정 총리는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1차 조사 결과가 며칠 안으로 발표될 것”이라면서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앞으로 강제수사 과정도 거치겠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실 주도의) 합동조사단이 LH 직원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먼저 하고, 합수본이 차명 투자 등까지 확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공직자의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을 신속하게 준비하겠다”며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발맞춰 민주당에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행위에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해 얻은 이익액의 3~5배 수준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지난 4일 문진석 의원), 유출된 미공개 정보를 받은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법안(8일 박상혁 의원) 등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 남구준 본부장으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 남구준 본부장으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일석이조 노리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연일 “검찰이 수사하거나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 조사가 과연 제대로 될지 매우 회의적인 반응이 국민들에게서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검찰에 수사를 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LH는 한국투기주택공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셀프 발본색원한다고 하니 아무도 겁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의 감사 착수와 검찰의 수사를 해야만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수사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여당이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이라며 “이러려고 검찰의 팔다리를 분질렀다”(7일, 주호영 원내대표)고 지적했다. LH 사태와 여당의 검찰 개혁을 묶어서 비판하면서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등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일석이조를 노린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도 중구난방

 
당정의 선(先) 셀프조사-후(後) 수사 방침엔 민주당 내 불만도 작지 않다. 국회 국토위 여당 간사 조응천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체계 대들보가 흔들리면서 LH 사태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정부합동조사단에서 국토부는 빠져야 한다”(박용진 의원)거나 “감사원이나 외부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정일영 의원) 등의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검찰이 경찰을 상명하복으로 지휘하는 전근대적인 수사는 탈피해야 한다”며 “과도기여서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검경이 합동해서 수사하는 새로운 수사 모델을 국민에게 보여줄 계기”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를 나와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를 나와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송승환·윤성민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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