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을 3조24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팔자'다. 금감원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채권 매입은 늘렸다. 지난달 국내 상장 채권에 8조9880억원을 순투자했다. 금감원이 월별 외국인 순투자 규모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1월(1조1580억원)의 8배에 가깝다. 만기 상환(3조960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인 12조840억원을 순매수한 결과다.
상장 채권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채·통화안정증권 등을 말한다. 외국인은 지난 1월부터 2개월 연속 순투자에 나서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9조 순투자…보유액 161조 '역대 최대'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는 이유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양호하고 금리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채권은 신용위험 대비 금리 레벨이 매력적이라 기대 수익률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 기준 AA로, 영국·프랑스 등과 같다. 금리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현재 1.9%대로 미국(1.58%), 일본(0.1%), 독일(-0.31%) 같은 선진국은 물론 호주(1.77%) 등 주요 신흥국보다 높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만큼 환차익을 겨냥한 수요가 커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원화값은 지난해 말 달러당 1090원 안팎에서 1120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선 외화를 원화로 일정 기간 교환(스와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일종의 환 프리미엄을 받아간다. 이효섭 실장은 "원화가 장기적으로 강세로 갈 것으로 보면서 환 프리미엄 기대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채권을 사들이는데, 금리는 왜 오를까. 통상 채권을 사는 이가 많으면 채권값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다. 이에 대해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채권 시장이 약세라 한국도 그 기조에 연동된다"며 "한국 경기도 불확실성이 있지만, 좋아진다는 쪽으로 보고 외국인이 채권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는 시장이 약세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