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푸치니의 오페라로 만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기자
한형철 사진 한형철

[더,오래]한형철의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1) 

 

예술은 당대 사람들의 정서를 담으며 변화하고 발전하지요. 음악과 미술도 시대의 사조를 동시에 반영하기도, 시차를 두고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오페라를 접하다 보면 사조와 무관하게 떠오르는 화가나 작품이 있곤 합니다. 별을 노래하는 아리아에서 별을 그린 화가가 떠오르는 식으로요. 그런 작품을 모아 르네상스부터 입체주의까지 미술사를 풀어냅니다. 〈편집자〉

 
1918년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발표한 ‘잔니 스키키’는 13세기 피렌체를 배경으로, 대부호의 유산 상속을 소재로 유족의 탐욕과 좌절을 풍자한 오페라랍니다. 이 작품은 독립적이기는 하나 다른 단막극인 ‘외투’, ‘수녀 안젤리카’와 함께 엮은 3부작 중 하나인데, 그중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이랍니다.
 
이런 3부작 구성은 피렌체 출신 작가인 단테의 『신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신곡』은 총 100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작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 평생의 연인 베아트리체와 함께 특별한 여행을 합니다. 그는 지옥(34곡)으로 여행을 시작해 연옥(33곡)을 거쳐 천국(33곡)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서술해 가지요.
 
두오모 성당과 아르노 강을 품은 피렌체 전경. [사진 한형철]

두오모 성당과 아르노 강을 품은 피렌체 전경. [사진 한형철]

 
오페라는 부호인 부오소가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많은 친척이 모였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슬픔보단 왠지 긴장의 기운이 맴돌고 있답니다. 자신들에게 배분될 유산을 정해놓은 유언장 내용이 궁금한 거지요. 그런데 막상 유언장을 살펴보니 고인의 전 재산이 수도원에 기부된다고 적혀있고, 실망과 분노에 휩싸인 유족들이 유언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위조하려 합니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사람이 없네요!
 
이때 젊은 청년 리누치오가 나서 재주꾼인 잔니 스키키에게 위조 작업을 맡기자고 합니다. 유족들이 외지인인 잔니 스키키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자, 리누치오는 능력 있는데 외지인이면 어떠냐며 아리아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아’를 부른답니다. 찬란한 피렌체를 일군 예술가와 메디치가 등 피렌체의 위인들을 찬양하며, 모두의 꿈이 꽃피는 열린 도시인 피렌체를 칭송하지요.
 
 
하지만 피렌체 법상 서류 위조는 중죄이므로 불가하다며 거부하는 잔니 스키키에게 딸 라우레타가 연인인 리누치오를 도와달라며 애원하는데, 이때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랍니다. 이 아리아는 아름다운 선율이지만 가사를 보면, 철없는 딸이 사랑에 빠져 아빠를 협박하는 내용이랍니다.
 
딸의 간청 때문에 유언장을 위조하기로 한 잔니 스키키는 그러나 통쾌한 꼼수를 부립니다. 유족들이 간곡히 원하던 값나가는 유산을 모두 가로챘거든요. 사기죄로 지옥에 갔다는 잔니 스키키란 인물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 30곡’에 나오는데, ‘잔혹하고 미친 망령’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작곡가 푸치니는 이 작품을 통해 오히려 유족들의 탐욕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답니다.
 
오직 신의 뜻에 따라 생명의 기원과 세상의 진리가 결정되고 아름다움의 판단도 신의 영역이었던 중세기가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됩니다. 종교의 시녀 역할을 했었던 미술도 이제 인간의 미술로 돌아왔답니다. 중세의 미술이 평면적이고 이차원적으로 표현되었다면, 르네상스기의 미술은 회화의 대상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려 했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법이 발전했는데, 바로 원근법과 정밀한 데생 기법이에요. 이런 기법의 적용으로 중세의 밋밋했던 2D 그림이 드디어 3D처럼 눈 앞에 펼쳐진 거지요.
 
위의 리누치오의 아리아에는 피렌체를 빛낸 여러 인물이 언급됩니다. 위대한 건축가와 화가는 물론 권력자인 메디치 가문도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으뜸은 역시 르네상스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 (1449~1492)랍니다. 피렌체 북부의 시골 마을에서 약 사업으로 돈을 벌고 금융업으로 경제력을 키워 피렌체의 권력까지 장악한 메디치가는 세 명의 교황(레오 10세, 클레멘스 7세와 레오 11세)을 배출하고 여러 나라 왕비를 배출한 대단한 가문이지요.
 
이런 가문의 강력한 실력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가 예술가와 여러 분야의 학자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르네상스가 절정을 이루었지요. 사실 악보가 전해지는 첫 ‘오페라’도 메디치 가문의 결혼 축하연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랍니다. 이렇게 미술은 물론 오페라까지, 르네상스 예술은 메디치 가문과 뗄 수 없는 관계랍니다.
 
메디치가 적극적으로 후원한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 등 여러 화가 중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의 미술을 살펴봅니다. 그는 르네상스기의 대표적인 인물로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 해부전문가, 천문지리학자에 발명가까지.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한 만능인이지요.
 
'최후의 만찬'(1497 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1497 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그려진 그의 ‘최후의 만찬’도 완벽한 원근법으로 그려졌습니다. 예수가 수난을 당하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예수께서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지요. 그 말을 들은 제자들의 표정이 제각각입니다. 세 명씩 모둠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들은 “아니, 누가 그런 짓을?”이라거나 “설마 그럴 리가?” 또한 "나는 절대 아녜요!”라고 하는 등의 표정을 짓고 있지요. 이 와중에 유다는 자신의 배신을 들킨 듯 놀라면서 은화가 든 지갑을 꽉 움켜지고 있답니다. 예수님 뒤로 마치 창밖 후경이 실제로 보일 듯하네요.
 
이 그림도 예수의 이마를 소실점으로 해 식탁과 양측 벽, 기둥선, 그리고 천장 배열선을 잇고 있습니다. 모두 정교하게 원근법에 의해 그려졌음을 알 수 있지요. 당시의 원근법은 아마도 지금의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처럼 가장 핫한 방식이었던 거지요.
 
오랫동안의 시도와 착오를 거치며 마침내 완성된 이런 기법들은 이후 수백 년 동안 화가들이 꼭 지켜야 할 유럽 회화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