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백화점에 입점한 스파 브랜드 '뱀포드' 매장 모습. 이소아 기자
코로나19에 타격이 컸던 스파(Spa) 시장이 소리 없이 살아나고 있다. 스파는 마사지 같은 신체 접촉이 이뤄져 온천·사우나 등과 함께 감염증 확산 이후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회복세가 뚜렷하다. 특히 주요 소비자층이 외국인 관광객에서 내국인으로, 중장년층에서 2030층으로 바뀐 점이 눈길을 끈다.
백화점에서 스파받는 사람들
뱀포드는 영국의 유기농 화장품·의류·스파 브랜드다. 대표 매장이 있는 영국 남서부 코츠월드는 찰스 왕세자와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톱 모델 케이트 모스 등 유명인들의 집이 있는 휴양 부촌으로, 영국인들이 은퇴 뒤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힌다.

영국 코츠월드 지역 킹엄에 있는 '뱀포드' 스파 모습. 사진 뱀포드 홈페이지
뱀포드는 이번에 한국에 1호점을 내면서 내부를 코츠월드 매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꾸미고 재스민·장미·제라늄 등이 들어간 자사의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사용하는 스파 공간을 만들었다. 가격은 시간과 부위에 따라 평균 10만~20만원 대로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매장에 문의해 보니 개장 일주일도 안 돼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파를 이용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박모(35)씨는 “직장이 여의도라 가깝게 다닐 스파를 찾던 중에 둘러보러 왔다”며 “건강을 위해 점심을 가볍게 먹거나 건너 뛰고 요가수업이나 스파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밥 대신 스파를 쏘거나 데이트 코스로 커플 스파를 받는 경우도 많다”며 “비싸지만 그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한 '설화수 스파' 매장 내부(왼쪽)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내 '더벨스파' 모습. 주로 자연을 콘셉트로 한 곳이 많다. 사진 각사
외국인 빈자리 2030들이 채워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설화수 스파’ 역시 젊은 층 위주로 재방문 고객이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하면서 지난 2월 매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늘었다. 설화수 스파 관계자는 “최근 웰빙·건강에 대한 니즈가 젊은 층으로 확대되면서 노화방지, 피부미용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팬데민 상황에서 겪는 답답함을 풀고 기분 전환을 위해 주기적으로 오시는 고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스파 이용 후기를 올린 게시글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어머니와 함께 호텔 스파에 다녀 온 전혜림(33)씨는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 돈을 모으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불가능하다. 집 구매나 결혼을 미루다보니 자신에게 더 많이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30대 이상 친구들은 이제 가방이나 화장품, 자동차 같은 물건은 부질없고 스파나 운동, 영양제 같이 내 건강이나 기분을 위한 소비에 더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겔랑스파’ ‘에비앙스파’ ‘브이스파’등 고급 스파들의 정보와 사용후기를 올린 게시글이 44만 건이 넘는다.
명품부터 스파까지 ‘경험’ 즐기기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2030 세대는 같은 돈을 써도 ‘의미있게 쓰고 왠지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이들에게 1시간 남짓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온전히 쉴 수 있는 스파는 가성비가 꽤 좋은 ‘작은 사치’인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MZ세대는 주식·골프·명품 등을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해 ‘왜 나는 해보면 안 돼?’로 접근한다”며 “그런 인식이 호텔이나 뷔페, 스파라는 ‘고급 서비스’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