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더니,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혈세 낭비, 무책임한 지시, 영혼 없는 부처 등 대통령과 여당이 비판했던 일들을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거죠. 심지어 주무부처인 국토부조차 부정적 의견을 밝혔는데 말입니다.
국토부는 국회 법사위 통과(2월 25일) 하루 전인 24일에 15쪽 분량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성·환경성·경제성 등 7개 항목에서 모두 미달이었습니다. 특히 교통망 등 전체 비용을 고려하면 사업비가 28조원으로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죠.
1·2당은 찬성, 국민 다수는 반대
여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법안을 심사했던 국토위원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별법이 통과돼도 공항을 어디다 어떤 모습으로 건설할지 아무도 모른다.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는 안한다."
하지만 결론은 본회의 통과였습니다. 229명이 참석해 181명이 찬성표를 던졌죠. 국민 다수의 반대와 내부의 우려가 있었지만 압도적 표차로 처리된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 2월 25일 가덕도.
영혼이 ‘깃든’ 국토부?
변창흠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7개 항목 모두 미달이라던 국토부의 보고서는 도대체 뭡니까. 4대강 사업과 원전 폐기 땐 그렇게 환경을 강조하더니, 이번엔 말도 꺼내지 않습니다.
원내 1당과 2당이 표를 얻기 위해 야합했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표현대로 국민의힘 역시 매표에 앞장섭니다. 부산 의원들은 아예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죠. 설상가상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한다...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해저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2월 1일)고 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건설은 2016년 파리공항공단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했던 사업입니다. 훗날 역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관 들의 직업윤리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