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개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올해 초에도 “마침내 해냈다”며 새 제도의 안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신년사에서 권력기관 개편 등을 성과로 들며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경태·황운하·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 후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법안은 검찰은 기존의 6대 범죄 등 주요범죄 관련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고 기소와 공소만을 유지하게 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은 그렇게 태어났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지난해 12월 15일)이라고 정의했던 공수처는 아직 검사·수사관 채용도 마치지 못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지만, 공수처가 통제하겠다는 검찰을 아예 무력화하겠다는 법안이 속속 발의됐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9일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은 검찰의 수사권을 전부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법안들을 올해 상반기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로드맵도 공공연히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하기 위해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윤 총장 주변에선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권 개편 움직임이 인사권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걸 보곤 사퇴를 결심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사퇴의 변(變)에서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 일은 검찰 존립 자체의 문제”라며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현 여권에 배신감을 느끼는 검찰 구성원이 많다”고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