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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문 핵심' 홍영표 만난 이재명…"일종의 신사협정"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홍영표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홍영표 의원. 연합뉴스

여권 차기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후보인 홍영표 의원을 최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에선 비문 대선 주자인 이 지사와 ‘친문 핵심’ 홍 의원이 전격 회동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5월)와 대선 후보 경선(7~9월)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 측 요청으로 2월 말 이 지사와 홍 의원이 경기 수원시 이 지사 공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며 “양측간 거리감을 좁히는 한편, 차기 대선 경선 일정과 전당대회 전망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도 나눴다”고 말했다. 양측은 친문 일각에서 불거진 대선 경선연기론에 대해서도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함께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경선연기론은 직을 걸어야 할 만큼 무거운 사안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지사와 홍 의원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홍 의원은 2012년 문재인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지냈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선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때도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역할 하며 이 지사와 거세게 맞붙었다.  
 
이듬해엔 두 사람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이 도화선이었다. 검찰 수사가 개시된 2018년 11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의 변호인이 “트위터 계정에 언급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주장이 허위사실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적힌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전해지자, 친문 진영에선 “이재명 출당” 요구까지 나왔다. 이에 이 지사는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 의원은 “5년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우려먹던 소재다.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홍 의원은 한때 이 지사와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 이 지사가 가는 장소를 피했을 정도였다”며 “두 사람의 만남은 향후 중요한 정치일정을 두고 서로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에 손 내미는 이재명

이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3월 1∼3일)에서 이 지사는 27%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12%)를 15%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이 대표가 올해 1월 사면론을 주장한 이후 이 지사 지지율이 오르는 쏠림현상이 커졌다.
 
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그러나 이 지사 지지율이 오를수록 “이 지사는 절대 안 된다”는 친문 진영의 비토(veto) 기류 역시 거세졌다. 그래서 친문 일각에선 올해 7~9월로 예정된 대선 경선을 약 60일가량 연기하자는 주장과 제3주자론이 함께 제기됐다. 당내 조직력이 두터운 친문 진영이 제3주자를 밀면서 경선 시점을 연기해 시간을 벌면, 이 지사를 꺾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구상이었다.
 
경선 연기의 결정 주체가 차기 당대표인 만큼, 이 지사 입장에선 가장 거리가 먼 당대표 후보인 홍 의원을 만날 필요가 있었다. 또 친문 진영과의 화해 제스처를 통해 ‘이재명 불가론’도 흩트려야 했다. 한 친문 인사는“이 지사 입장에선 경선을 앞두고 ‘훼방은 놓지 말아달라’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당원이 필요한 홍영표

홍 의원 입장에서도 이 지사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홍 의원은 친문 세력을 결집하며 차기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경쟁자인 송영길·우원식 의원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진 못해서다. 당내 일각에선 홍 의원이 송 의원보다는 인지도가, 우 의원보다는 지지 의원 숫자에서 밀린다는 평가도 있다. 홍 의원의 측근 그룹에서조차 “전당대회 당선을 위해선 계파를 넘어서는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친문 핵심 의원인 전해철 의원(왼쪽·현 행안부 장관)과 홍영표 의원. 두 의원은 당내 친문 모임인 부엉이모임과 민주주의4.0 결성을 주도해왔다. 뉴스1

친문 핵심 의원인 전해철 의원(왼쪽·현 행안부 장관)과 홍영표 의원. 두 의원은 당내 친문 모임인 부엉이모임과 민주주의4.0 결성을 주도해왔다. 뉴스1

특히 이 지사를 지지하는 권리당원·대의원(각각 50% 비중)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표를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친문 성향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지 의원단 규모를 급속도로 불리고 있다.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결국 이 지사의 ‘의사’를 확실해 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과 이 지사의 전략적 제휴가 영구적일 거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특히 또 다른 친문 좌장인 전해철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2018년 6월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 지사와 격렬하게 맞붙은 뒤 친문 진영과 이 지사 간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한 친문 인사는 “대선 경선이 다가올수록 제3후보의 반등과 친문 조직표의 이동이 급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홍 의원과 이 지사의 전략적 제휴는 오는 5월 전당대회 이후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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