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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난 밖에서 싸울 테니, 안에서 싸워라” 측근들에게 당부

윤석열 사퇴 막전막후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자진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자진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142일을 남겨놓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임기제 시행 후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중도 사퇴한 14번째 총장이 됐다.  
 

“총장직 수행하면서 막을 수 없다”
사퇴 결심 후 ‘중수청’ 공개 비판
“정치든 강연이든 적극 행보할 것”
“정권 비리 수사 덮일 것” 우려도

윤 전 총장은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다”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여권의 사퇴 압박에 맞서 “끝까지 임기를 지키겠다”고 했던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1일 국민일보)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를 다 빼도 좋다.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2일 중앙일보) 등의 내용이었다.  
 
3일 대구지검 방문 길에서도 윤 전 총장은 언론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범죄가 완전히 판치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윤 전 총장은 직을 던졌다.
 
◆지난달 25일쯤 사퇴 결심=윤 전 총장은 4일 퇴근 직전까지 대검 참모들, 지검장 등과 마지막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검찰 고위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고민과 소회를 들어보니 사퇴 표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다들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나는 밖에 나가서 이러한 상황에 맞서 끝까지 싸울 테니, 나머지 분들은 조직을 잘 추스르고 안에서 싸워달라’는 취지의 당부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언제 사퇴 결심을 했을까. 윤 전 총장과 마지막 자리를 함께한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2월 25일)쯤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미 사퇴를 마음먹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 결심 1주일여 만에 실제로 총장직을 던진 것이다. 윤 전 총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특수부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은 평상시에도 결심이 서면 오래 담아두고 이리저리 재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 스타일다운 퇴장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중수청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입장을 내놓을지는 큰 관심사였다. 지난 1월 20일 여권이 중수청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처음 나온 이후 윤 전 총장은 40여일 동안 공식적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반면 검찰 안팎에서는 공수처 설치에 이어 여권의 검찰개혁 시즌2가 검찰 조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의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터져 나왔다. 지난달  8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해 21명의 여권 의원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다. 6월 중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 일정까지 나왔다. 이때부터 검찰 안팎에선 본격적으로 반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의 대학 동기인 석동현 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13일 석 전 검사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차라리 내 목을 치라며 분연히 그 불의한 시도를 막겠다는 결기를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검찰 해체 시나리오가 가시화하자 일부 검사들도 “전국 검사장급 회의나 평검사회의 등을 열어 대응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공개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와 관련, 앞서 윤 전 총장을 만난 검찰 고위 인사는 “사퇴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라며 “더는 총장직을 수행하면서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총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수직적 조직개편이었다면 윤 전 총장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 여부와 관련해 “정치를 하든, 방송에 출연하든,  전국 강연을 다니든 앞으로도 반헌법적 상황에 맞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격 정치 행보 나설까=윤 전 총장 사퇴 시점의 적절성, 정치 행보 여부를 놓고 검찰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이자 정치검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 글을 썼다. 김 변호사는 “전국 검찰의 의견이 모이면 그 뜻을 모아 반대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정권이 중수청을 밀어붙이면 그때 사퇴해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권 핵심 관련 중요 사건 수사가 (총장 사퇴로) 물 건너 가고 정권비리는 덮일 수밖에 없다”고도 썼다. 반면 윤 전 총장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재경지검 형사부 C부장검사는 “인사를 통해 식물총장을 만들어 놓은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검찰 해체나 다름없는 중수청 법안에는 사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막다른 길에 몰린 총장의 결심을 마치 정치적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부장검사는 “다만 후임 총장이 취임한 후 윤 전 총장이 지휘해 온 주요 수사가 동력을 잃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가 이미 정치 행위를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사퇴 기자회견 전날인 3일 대구지검 방문을 놓고 일각에선 “현장 분위기가 마치 대선 후보 출정식 같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퇴임하면서 검찰 직원들에게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정치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공정한 검찰권을 강조한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대통령 등 여권과의 대립구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5일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임기를 지켜주셨으면 좋았겠는데 사퇴하셔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설과 관련해서는 “제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전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향후 윤 전 총장과 회동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시간을 갖고 윤 전 총장 뜻을 확인해보겠다”면서 “어떤 식으로 헌정질서를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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