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다른 반응
이낙연 “비상식적 뜬금없는 처신”
김종인 “야권에 속할 수밖에 없어”
안철수 “민주주의 지키려 나섰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윤 전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정치 행보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검사 출신인 권영세 의원은 “정권에 맞섰다고 해서 벌써 같은 편이라고 환영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윤 전 총장이 외곽에서 세력을 키워나갈 경우 제1야당의 존재감이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부당한 정권의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 나섰다”며 윤 전 총장을 치켜세웠다. 당 내부에서는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힘을 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돼 체급을 키울 수 있느냐가 연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윤 전 총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을 했다”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치 개시를 위해 미리 기획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이게 좋은 일이 아니다. 어색해 보이는 사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동안 정쟁을 지양하고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 행보에 집중하며 ‘포지티브·로키’ 선거 전략을 취해온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사퇴로 여야 갈등이 재연될 것을 경계하는 뉘앙스였다.
청와대도 이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11시20분쯤 윤 전 총장 면직안을 재가했다”는 강민석 대변인의 문자 공지가 전부였다. 여권 핵심 인사는 “현재 청와대와 여권의 기류는 폭풍전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철저히 무대응·무시하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윤 전 총장 사의 수용과 민정수석 교체 등을 속전속결로 끝낸 것도 ‘윤석열 이슈’를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는 여권 내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국희·한영익 기자 9key@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