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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알든 모르든 모른 척하든 폭력사회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살면서 가장 야만적인 폭력 사태를 직접 목격한 것이 고등학교 시절이다. 고3 여름방학이었고 이른바 자율학습 기간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방학이지만 등교를 해서 교실에 모여 공부를 해야 한다. 갑자기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반이 아닌 아이 하나가 늦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율’학습이라면서 등교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웬 말인가. 지각에 더해서 양말을 신지 않았던 것인데, 하지만 그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없던 학교에서 굳이 구두에 양말까지 갖춰 신고 온종일 공부를 하게 강제한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좀 어리석은 이야기 아닌가 말이다.
 

영국서도 주목하는 한국 학폭
그 이유를 경쟁사회에서 찾아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폭력
못 본 척 방관하기 때문 아닌가

방학 중 자율학습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학생을 복도에 세워 두고 툭툭 쥐어박아 가면서 모욕적인 소리를 해대던 교사는 문득, “어 이 새끼, 양말도 안 신었네?” 하며 본격적으로 퍽퍽 때리기 시작했고, 자기 폭력에 자기가 취한 건지 이윽고 본격적으로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때려서 넘어지면 붙잡아 일으켜 또 때리고. 긴 복도에 맞는 소리와 울음소리, 욕설을 섞어 울지 말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된 아이들이 창문으로 몰려가서 복도로 얼굴을 내밀고 그만 때려요! 때리지 말아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부랴부랴 다른 교사들이 쫓아왔는데, 그들은 폭행하는 교사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들어가서 앉으라고, 공부하라고 윽박질렀다. 우는 아이들도 있고 분위기 엉망이었고 설마 공부가 될 리는 없었으나 그래도 시키는 대로 앉아 있기는 했을 것이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맞는 것을 본 참이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상당수는 겨우 저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거나,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더한 것도 봤다거나 당했다면서 저마다 본인의 경험담이나 목격담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애써 잊고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되어버렸다면 미안한 일이다. 어쨌든 그야말로 야만적인 시절이라고 하겠다. 요즘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저런 식으로 폭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당연히 있을 수 없겠지. 타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는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는 것이 ‘상식’이다.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거나 훈육을 위해서라는 핑계는 폭행죄에 대한 처벌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저런 건 사랑의 매도 교육도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폭행이다. 당시에도 처벌받았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선데이 칼럼 3/6

선데이 칼럼 3/6

가끔 한국에서 벌어진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 영국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영국 뉴스에 한국이 등장하는 일은 북한 관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사이에 한국 관련한 뉴스가 부쩍 늘었다. 한국의 위상이 여러모로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로 치면 아무래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아이가 하는 짓보다는 뭔가 잘하고 눈에 띄는 아이의 언행을 더 많이 주목하고 더 많이 입에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경제 규모도 커지고 실제로 잘살게 되기도 했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고, 코로나 사태를 효율적으로 대처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소위 K-방역이 적어도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유럽에 사는 입장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관찰하는 눈이 많아지고 많이 언급되다 보면 칭찬만 듣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노출이 많이 되는 만큼 욕먹을 일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근래에는 엘리트 스포츠계에서 벌어진 폭력에 이어 K-팝 스타 등 연예인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한국이 성과를 올리며 세계적인 조명을 받아왔던 분야들이다. 영국 뉴스는 이 두 분야에서 폭력이 두드러지는 이유를 한국 특유의 경쟁적인 문화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경쟁이 매우 심한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폭력을 동원 혹은 용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시피, 아니면 모른 척 살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폭력은 스포츠계나 연예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폭력은 군대는 물론 학교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직장에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를 폭력이라고 보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때리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 의사에 반해 건드리는 것도 폭력이고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것도 폭력이다.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까지 있을 정도다. 가정폭력 역시 드러난 것보다 많을 것이다. 앞에 적은 것과 같은 무지막지한 폭력 행사는 이제 그리 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저 정도에 달하지 않으면 그건 폭력도 아니라고, 이제 한국 사회에서 폭력이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심지어 저와 같은 폭력 행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고방식 역시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의아하다. 그게 애초에 맞을 일이란 말인가. 그것도 저다지 심하게.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어도 될 일이다.  다른 교사들은 왜 가해자를 말리지 않고, 부당한 데다가 과도하기까지 한 폭력 행사에 항의하여 나선 학생들을 말렸는가. 혹시 유사한 풍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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