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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임대차법 재산권 침해, 헌법 정신 뿌리째 흔들어”

[SUNDAY 진단] 종합부동산세 폭탄 

이석연 변호사는 4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상당 수가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이석연 변호사는 4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상당 수가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현 법무법인 서울 대표) 등 법조인 17명은 최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과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은 이미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위헌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부동산법 위헌 소송 중인 이석연 변호사
종부세 편법 인상, 미실현 소득 과세
국민 대처하기 힘든 압살적 조치
조세법률주의·공평과세 원칙 위배
가덕도 특별법은 ‘타협의 폭력’

이석연 변호사는 스스로를 ‘헌법 수호자’ ‘헌법적 자유주의자’라고 칭하는 헌법 전문가다. 헌법연구관(1989~1994년)·법제처장(2008~2010년)을 지냈고, 그간 수많은 헌법소원을 제기해 40여 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위헌 결정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민특법·임대차법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0일엔 조세심판원에 ‘2020년도분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했다. 세금 문제는 절차상 조세심판 청구 절차를 먼저 밟아야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종부세는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2008년 헌재 결정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과거와는 결이 좀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8월 종부세법을 개정해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의 종부세를 확 끌어 올렸다. 그런데, 헌법상 조세의 종목·세율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한다. 법 집행자에 불과한 정부가 과세표준(공시가격)을 자의적으로 인상하는 편법으로 종부세를 인상했다. 이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와 권력분립의 원리에 어긋난다. 또 종부세는 미실현 소득인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누진 과세로 공평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종부세법 개정은 국민이 대처하기 어려운 불측의 압살적 조치로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민특법·임대차법 위헌 소송도 진행 중인데.
“지난해 가을 시작했고, 지금은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민특법은 정말 문제가 많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라고 해서 등록했더니 2년도 안돼 혜택을 박탈하고 임대사업자를 옥죄는 말도 안 되는 법이다.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닌데. 국회는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법을 뒤집었다. 헌법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것이다. 민특법은 전부, 또는 주요 사안이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다. 임대차법은 명백한 소급 적용에 의한 재산권 침해다. 이 두 건은 이르면 올해 말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결정이 빨리 나와야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종부세 위헌 소송은 우선 조세심판청구 절차를 밟아야 해 시간이 좀 걸린다. 올해 종부세(6월 1일 기준으로 연말에 부과)는 내야 한다.”
 
헌법 전문가가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관심이라기보다는 평생 헌법을 공부한 사람의 소임이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헌법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재산권, 거주이전의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상당수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민특법·임대차법·종부세법이다. 이들 법률이 헌법정신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인데, 정부와 여당은 왜 이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까.
“이른바 ‘가진 자’와 ‘아닌 자’를 편 가르기 하는 것이다. 아닌 자가 더 많으니까 그게 지지율이나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거다. 정부가 해서는 정말 안 되는 일이다. 국가에 큰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행위다. 이게 정부와 여당의 전략이고, 추구하는 체제라고 치자. 어쨌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 법을 재정할 수 있는 상당한 권력을 부여 받았으니. 그렇더라도 어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때는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에 맞아야 하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반드시 이 의무를 지켜야 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줄만 알지 의무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독재와 뭐가 다른가. 유신·5공정권 때도 민생 법안만큼은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헌법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 권리나 의무를 무시하는 행위다.”
 
정부·여당은 ‘공약’이니 괜찮다고 한다.
“공약이라도 그것을 이행하고 집행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선거 공약은 위헌 여부 검토 없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다. 이걸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했고,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했는데 내가 헌법 소원을 냈다. 수도 이전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수도는 우리의 관습헌법 사항이므로, 수도 이전을 하려면 헌법을 고치던가 국민 투표를 하라는 요구였다.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특별법 같은 꼼수로 넘어가려고 하려 하면 안 되는 거다. 법치국가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가덕도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위헌 소지가 있음에도 여야 합의로 포장해 통과시켰는데, 이건 ‘타협의 폭력’이다. 향후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이른바 ‘대깨문’(문 대통령 열혈 지지자를 일컫는 표현인데 이 변호사는 하두문(하늘이 두 쪽나도 문재인)이라는 표현을 썼다)이라 불리는 일부 지지 세력만 믿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행위에 대한 대통령의 조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직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조사를 맡기면서 “주택 공급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해임하지 않고 되레 조사를 맡기는 건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양식(良識)이 무너진 병든 사회가 됐다”고 개탄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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