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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曰] 누가 윤동주 시인 후예인가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한국인이 애송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인의 맑은 괴로움을 헤아리기가 쉽지는 않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서시’ 쓴 윤동주가 중국인이라고?
부끄러움 모르면 후예 자격 없어

고결한 삶의 자세에 대한 추모와는 전혀 무관하게 난데없이 시인의 ‘국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포털 바이두(百度)에서 윤동주 시인을 ‘조선족’으로 표기해놓았다고 한다. 만주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조선족은 국적으로 따지면 현재는 엄연히 중국인이다. 바이두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수많은 중국어 구사자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국적은 간단히 중국인으로 뒤바뀌게 된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국적 왜곡’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치나 한복처럼 한국 문화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것까지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우리 것이 그렇게 좋아 보이면 가져다 잘 쓰면 그만일 터인데 왜 굳이 국적 논란까지 무릅쓰는 것일까? 뭔가 쓸데가 있으니까 그럴 터인데, 그 쓸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이미지는 내리막길을 걸은 것 같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부터인 듯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나빠졌다. 이런 분위기의 변화를 중국 당국은 모르는 것일까? 국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듯해서 하는 말이다. 조심은커녕 오히려 한술 더 뜨는 듯하다.
 
지난해 10월 7일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 상을 받으며 내놓은 수상 소감을 놓고도 중국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전쟁에 대해 BTS가 “한·미 양국 고통의 역사”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 중국의 관영 매체와 네티즌들이 발끈한 것이다. 게다가 이 소란이 있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의 진짜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를 의심해보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달 25일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 70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의 발표와 CCTV 다큐 등을 통해 한국전쟁이 ‘정의의 전쟁’이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불행했던 과거의 전쟁에 대해 “고통의 역사”라고 하는 상식적 표현조차 문제로 삼으면서 오히려 자신들은 “정의의 전쟁”이라며 대결을 부추기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인의 ‘반중(反中) 감정’에 기름을 붓는 일이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중국이 도대체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구려가 중국의 한 지방에 속했다고 왜곡한 이른바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3년 무렵만 해도 자신들의 억지에 대해 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정도의 부끄러움도 없는 것 같다. 중국은 아마 한국과 같은 외부 세계의 공감대를 넓혀가기보다는 내부 분열 단속에 더 신경을 써야만 하는 상황인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이 죽는 순간까지 염두에 두었던 단어는 부끄러움이었다. 억지를 쓰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윤동주 시인의 후예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윤동주뿐 아니라 공맹의 후예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유교 문명의 가장 큰 가르침 중 하나가 부끄러움을 아는 일 아닌가?
 
부끄러움의 종류는 여러 가지일 수 있겠는데, 모든 부끄러움을 관통하는 중요한 기준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나는 과연 어떤가? 윤동주 시인의 엄격함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일상에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끼며 조심할 줄 아는 시민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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