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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는 1주일…단타 일삼다 하룻새 반토막 나기도

2030 위험한 주식 투자 

5일 코스피가 3026.26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980대로 무너지기도 했지만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3000선은 유지했다. [뉴시스]

5일 코스피가 3026.26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980대로 무너지기도 했지만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3000선은 유지했다. [뉴시스]

“800만원이 80만원 되는 게 순식간이더라고요. 계좌 잔고 본 순간 황망하단 생각뿐이었어요.”
 

보험 해약, 유학자금 등 ‘영끌’
우량주보다 테마주 위주 단타
리딩방·유사자문에 쉽게 유혹

20대 남성 주식 회전율 6832%
수익률은 3%대, 연령별로 최저
“주식 잔고만 보면 허망” 하소연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손절한 직장인 김희원(32)씨의 말이다. 그는 ‘눈감고 찍어도 돈 번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지난해 6월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에 입문했다. 월급에다 적금과 보험을 해약한 돈까지 더해 8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는 5개월 만에 총 170만원 수익을 냈다.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3년을 거친 끝에 꿈에 그리던 정규직으로 자리 잡은 그였지만 기대보다 적은 월급보다 손가락 클릭만으로 번 불로소득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2% 손실을 보이더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3000선을 넘어서던 올해 초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17%까지 곤두박질쳤다. 상승을 주도하던 대형 우량주보다 바이오·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주 중심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5일 기준 코스피는 3026선으로 한풀 꺾이면서 김씨의 투자금 회복은 더욱 요원해졌다.
 
암호화폐 투자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800만원 중 500만원을 넣었지만 평가손익은 마이너스 500만원. 사실상 원금 전액 손실이다. 김씨는 “명절을 보내려면 남은 돈이라도 챙겨야겠단 생각에 손절했다”며 “인생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싶어도 마음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식 중독 상담 56% 증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례 없는 주식 투자 열풍에 2030세대가 뛰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면서 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영끌)’ 주식 투자에 나서 ‘동학개미 운동’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한밑천 땡겨보자’란 생각으로 시작한 투자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뻘밭이 됐다.
 
올해 서울 소재 대학 졸업반인 최영진(26)씨는 대학 시절 내내 과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2000만원을 모았다. 부모님 도움 없이 해외 연수를 1년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탓에 해외 방문이 막히자 유학자금은 곧바로 투자자금으로 ‘용도변경’됐다. 최씨는 “투자동아리 활동도 하고 유튜브를 통해 주식 공부도 꾸준히 한 덕분에 초반 떡상(상한가)도 4번 경험해 250만원 넘게 수익을 맛봤다”며 "하지만 가을부터 떨어져 수익금은 모두 잃고 지금은 원금 660만원만 남아 있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김씨와 최씨처럼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고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한 30대 직장인은 “결혼자금 8000만원 테슬라에 몰빵했는데 수직 하락 실화냐”라며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은 “바이오는 무조건 믿고 따블로 가는 줄 알았는데...”라며 반토막 난 계좌를 인증하기도 했다. 실제 2030세대의 투자 성적표는 암울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 중 20대 남성의 평균 수익률은 3.81%였다. 20~40대 남녀 고객층 중 최하위다. 이어 30대 남성의 수익률은 11.29%로 20대 여성(21.73%)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20~30대는 주식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은 편이다. 모바일로도 손쉽게 국내외 주식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벌었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충분한 학습과 검증 없이 주식 시장에 입장한다. 아예 미국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서학개미’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스스로 투자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자칭 전문가들이 집어주는 족집게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카톡 ‘리딩방’과 같은 불법 유사투자자문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서학개미들도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대형주보다 공매도 공방이 벌어진 게임스톱(GME), 중국 드론업체 이항 등에 주로 투자한다. 한달 사이에 주당 19달러에서 483달러까지 올랐다 40달러로 떨어진 게임스톱 주식을 국내 서학개미들은 올 1~2월 사이 35억달러(4조원)어치를 사고팔았다. 드론 산업의 장미빛 미래를 앞세워 주당 120달러까지 올랐다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며 하루만에 46달러로 폭락했던 이항 주식도 국내에서만 13억달러(1조5000억원)어치 거래됐다. 최근에는 로켓컴퍼니 주가가 71% 폭등했다가 다음날 33% 내린 경우도 있었다. 한 20대 서학개미는 “자고 일어나니 잔고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밤새워 주가 동향을 살피느라 지난달부터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단타 거래에 집중하는 것도 두드러진다. ‘1주일 존버(끈질기게 버틴다의 은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장기투자에 대한 내성이 없어 작은 손실에도 쉽게 사고팔고를 반복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남성의 회전율은 6832%로 다른 연령대의 회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주식을 얼마나 활발히 거래했는지 나타내는 척도다. 20대 남성의 경우 지난해 원금의 68번을 사고파는 단타 투자 방식을 고수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거진 ‘삼성전자 손절 논란’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하락하자 ‘7만원까지 떨어진다더라’ ‘90층(9만원대)에도 사람 있어요. 살려주세요’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며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투자전략 팀장은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우량주 중심으로, 최악의 경우 몇 년은 묶어둘 각오로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그래야 주가가 10~20%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인 반등을 기대하고 버틸지, 손절한뒤 더 떨어지면 다시 살지, 아예 추가매수에 나설지 등의 투자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유 자금 장기투자 원칙 지켜야
 
주식 중독 상담

주식 중독 상담

지금같은 단타 위주의 과열된 투자 분위기에서는 주식 투자가 자칫 도박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3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중독 관련 상담 건은 5523건으로 전년 대비 56%(3540건) 증가했다. 특히 20대(236명)와 30대(579명)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 대다수의 상담자가 ‘빚내서 투자(빚투)’했다가 손실 뒤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된 경우였다.
 
황선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주식을 재테크로만 생각해 과몰입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이 조절할 수 없는 수준으로 몰입하면서 한탕주의를 노린다면 도박 중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실패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현재의 청년층에게 자산시장은 마지막 희망의 사다리 같은 역할”이라며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일부 또래 집단의 고액 연봉보다 심리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온·오프라인에서 극단적인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홍춘욱 “주식 책 한 번 안 보고 실전 뛰어들면 혼나야 맞다”
홍춘욱

홍춘욱

2030 개미들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홍춘욱(사진) EAR리서치 대표는 4일 “주식 투자에서 ‘무조건’ ‘절대’라는 말은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게 개미들이 가져야 할 첫 덕목”이라고 말했다. 변수가 많은 주식 시장에서 맹목적인 확신이야말로 손실의 지름길이란 뜻이다. 홍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과 주요 증권업계 이코노미스를 두루 지낸 금융투자 전문가다.
 
2030 투자 수익률은 먹구름이다.
“지난해 제대로 된 공부 없이 접근한 결과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 게임스톱 투자 손실이 대표적이다. 회사의 최고경영자 사퇴는 투자에 있어서 전형적인 네거티브 소식이다. 그런데 개미들이 이를 무시하고 ‘공매도가 쌓였으니 무조건 오른다’고 접근했다가 곧바로 손실을 경험한 것 아니냐.”
 
그런데도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만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는 말이 ‘나보다 잘난 게 하나 없어 보이는데 (남이) 돈 벌었다’란 이야기다. 그런 전언은 젊은 세대의 말초신경을 더욱 자극한다. 하지만 정작 뭐하는 회사인지, 대표는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투자한다. 공부를 안 했는데 시험 성적이 어찌 좋을 수 있겠나.”
 
도대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아마존을 예를 들어 보자. 기성세대 시선에서 아마존은 투자가치가 거의 없는 기업이다. 수년 동안 순이익이 사실상 ‘0’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젊은 세대들이 아마존을 거론할 때 ‘미래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나. 다른 종목을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살피고, 당장 눈앞의 성과가 없다면 향후 시장을 제패할 능력이 있는지, 애플처럼 팬덤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탐색해야 한다. 여기서 누가 맞는지 정답이 없다.”
 
원론적인 답처럼 들린다.
“선생님 이론 설명을 들었으면 그 다음은 직접 문제 풀어봐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심화 문제에서는 2~3가지 법칙을 응용도 해보고. 선생님 말씀은커녕 책도 안 보고 실전 돌입한 사람은 혼나야 한다.”
 
빚내서 투자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그런 가정 하에서 금액이 적더라도 일단 주식이든 펀드든 경험해 봐야 한다. 20~30대의 투자는 직접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경제 근육을 단련하는 역할이란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이 전부가 아니구나’를 알게 해주는 셈이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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