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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에 영혼 털렸다” 2030, LH 사태에 분노 폭발

5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서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신도시 개발계획의 정당성이 훼손된 만큼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5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서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신도시 개발계획의 정당성이 훼손된 만큼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집 때문에 ‘영혼까지 끌어모을’ 각오였는데 반칙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모습을 보니 ‘영혼이 털린 기분’이다.”

‘부동산+불공정’ 민심 역린 건드려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토 글 도배

민주당 지지율 32% 최저치 기록
“윤석열 사퇴보다 더 치명적” 우려
문 대통령 “청와대 직원도 조사를”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접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웬만한 인터넷 커뮤니티는 2030 세대의 박탈감으로 도배되고 있다. ‘LH 꼴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든다’ ‘국토교통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개발 정보 다루는 모든 기관 근무자의 부동산을 전수 조사하라’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 이후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5일 민변에 따르면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광명·시흥에서 LH 직원들의 추가 투기 정황도 포착해 조사 중이다. 민변의 서성민 변호사는 "광주·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토지 매입을 해왔다는 제보도 수십건 들어왔다”며 "일반인이 모르는 투기 구조라든가 수법 같은 것까지 제보자들이 알려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국토부 본부와 지방청 공무원 4000명, LH 직원 1만 명 등에 대한 토지거래 조사에 나섰다. 지자체 유관부서 직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은 수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직원들과 전 가족에 대한 전수 조사도 실시하라”고 이날 지시했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다음주 나올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새롭게 파악한 의혹 직원이 들어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번 의혹을 바라보는 2030의 분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이번 건과 같은 반칙을 제대로 처벌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큰 2030 유권자들의 핵폭탄급 이탈을 보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달 7일 서울·부산 시장 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사퇴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심의 역린인 ‘부동산+불공정’을 건드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20대부터 80대까지, 집을 가졌든 안 가졌든 모두가 분노하게 된다”며 "여권에 메가톤급 악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달 첫 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이번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궁지에 몰린 민주당에서는 "국토부·LH 등 토지개발 유관기관 임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주거 목적 외에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진성준 의원)는 주장까지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LH 사태로 표출되는 공분은 비단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국 사태’ 등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권력과 정보를 가진 자에게 밀려 낙오할 수 있다는 2030 세대의 좌절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창흠 사과에 “악어의 눈물”

 
5일 청년진보당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LH 직원 땅 투기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청년진보당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LH 직원 땅 투기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LH 측의 잘못된 대응이 사태를 키운 측면도 있다. 지난 4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소속 직원이  "우리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는 글을 올리면서 2030의 분노지수는 더 높아졌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지난 4일 직원들의 토지 매입에 대해 공식 사과한 후 "개발 정보를 알고 미리 산 게 아니라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변 장관은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주무부처 수장이자 이번 투기 의혹이 일어난 3기 신도시 추진 당시 LH 사장이었다.
 
변 장관은 "시세의 70% 정도인 감정평가액으로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기 의혹이 불거진 땅을 가보면 보상을 노린 게 분명하다. 일부 땅에는 왕버들나무가 사람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촘촘히 들어서 있다. 재배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토지 보상을 할 때는 해당 땅에서 키우는 가축이나 나무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왕버들나무는 보상가격이 높은 품종이다. 현금뿐 아니라 새 땅이나 아파트를 받을 권리도 주어진다. 온라인에서 "이미 전수조사 결과가 정해진 것 아니냐” "사과조차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을 국회로 불러 "추호라도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언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 4일 연이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총리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이 이런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업무 중 취득한 정보로 이득을 챙기면 최대 5배의 벌금을 물리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분노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튜버 포리얼(본명 김준영·29)은 "LH 사태는 단편적 사건에 불과하다”며 "소위 ‘빽’이나 고급 정보가 없으면 계층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이 청년들의 공분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새롬·김지혜·최현주·권혜림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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