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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단독 인터뷰]박철우 다시 입을 열다 "그분 복귀? 상관없다…무게를 감당하시길"

한국전력 박철우. KOVO 제공

한국전력 박철우. KOVO 제공

 
박철우(36·한국전력)가 다시 한번 미움 받을 용기를 냈다. 이상열(56) 감독을 향해 두 번째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KB손해보험 배구단은 사령탑이 없다. 이상열 감독이 지난달 20일, 2020~21시즌 V리그 잔여 경기 지휘를 자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수용했다. 박철우와 악연이 재조명되고 비난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이상열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2009년 9월, 훈련 중 박철우를 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며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징계는 2년 3개월 만에 해제됐고, 경기대 감독을 거쳐 KB손해보험 감독으로 부임했다.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시즌 최소 6번은 같은 코트에 서게 된 것이다. 
 
박철우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계기가 있었다. 이 감독이 지난달 17일, 최근 불거진 배구계 학폭(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 나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한 것. 폭행 피해자였던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전 종료 뒤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 감독이 징계를 받은 뒤에도 폭력적 성향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폭행 전력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배구 팬은 이 감독뿐 아니라 징계 전력이 있는 지도자를 감독으로 선임한 KB손해보험을 향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이상열 감독은 개인 '자체 징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퇴가 아니다. 자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죄 표현을 '자숙'으로 본 것이다. KB손해보험 구단도 "박철우 선수가 치유되고, 감독님께서 용서는 받는 게 우선인 것 같다"며 경질 논의를 미루고 있다. 
 
박철우의 생각은 달랐다. 피해자의 상처는 그대로인데 마치 다 지난 일인양 가해자가 쉽게 이야기 꺼낸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충격을 먹은 듯 하다. 더불어 자신의 작은 목소리가 울림이 돼 스포츠계 만연한 폭행 관행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길 바랐다. 이상열 감독과 KB손해보험 구단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스포츠계의 비판은 여전하다. KB손해보험 구단은 박철우 개인의 해원(解冤)만이 그들의 다음 스텝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여기는 모양새다. '출전 포기'라는 액션을 취했으니 '용서'라는 리액션이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말이다.  
 
박철우는 3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열흘 사이 달라진 상황에 대한 현재 심경을 전했다. 그는 "내가 사과를 받는 게 그토록 중요한 일인가. 마치 모든 (현재 KB손해보험 상황에 대한) 결과를 나에게 떠넘긴 듯한 느낌이다. 누군가는 '(이상열 감독이) 사과를 했는데 더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며 질타하실 수도 있다. 배구 팬에 죄송한 마음도 크다. 그러나 나는 그분(이상열 감독)의 사과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상열 감독. IS포토

이상열 감독. IS포토

 
논란이 커진 뒤 이상열 감독은 박철우에게 몇 차례 전화했다. 12년 전에도 사태가 터진 직후에는 문자를 했다. 박철우의 입장은 2주 전과 같다. 이상열 감독의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 정확하게는 이 감독의 사과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과 최근에도 반성 기색이 전혀 없는 이상열 감독의 발언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박철우는 "그분이 한 언론사에 '어쨌든 어른이 다 잘못한 거다', '다리를 놓아주면 사과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했더라. 과연 사과하고 싶은 사람이 이런 표현과 단어를 쓸까. 최근에도 '당시 폭행은 불가피했다'는 의미로 말을 했다고 들었다. 우리 가족은 그분이 해설위원을 하시는 경기 중계는 음소거를 하고 봐야 했다. 나와 전 소속팀을 매우 비하했다. 12년 전 폭행 이후에도 그분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 한마디로 상처가 사라질 수 있을까.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야 취하는 형식적 조치에 진심이 담겨있을까. 대중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박철우는 그런 사과와 용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상열 감독을 향해 "내가 아니라 그동안 폭력을 행사한 모든 선수에게 사과하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나도 그중 한 명이니 사과한 것으로 알겠다"고 했다. 
 
박철우는 이상열 감독의 거취와 자신이 연관되지 않길 바란다. 이 감독의 현장 복귀도 반대하지 않는다. 박철우는 "현장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으셔도 난 전혀 상관없다. 그분이 오신다고 내가 배구를 그만둘 것도 아니지 않나. 구단, 선수, 팬이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다. 내 권한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만약 그분이 사퇴했다면 오히려 내 부담도 커졌을 것이다. KB손해보험 팬분들께 큰 질타를 받을 것이다. 물론 다시 현장에서 그분을 보는 것도 괴로울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이든 안 좋다. 그저 내 일(배구)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박철우는 이상열 감독의 현장 복귀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본다. 진짜 갱생할 계기가 된다면 말이다. 이제 이 감독은 '폭행'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지켜보는 눈은 많아지고, 더 냉정해질 것이다. 자신의 말처럼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올바른 언행을 하다 보면 마음도 따라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박철우는 "진심으로 이상열 감독님이 달라지시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알 수 있나. 본인만 알 것이다. 감독을 하시면서 그동안 하신 일들의 무게를 스스로 안고, 감당하면서 걸어가시길 바란다. 그동안 폭력을 행사한 선수들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앞으로는 다른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더불어 "일개 선수인 내 말에 얼마나 힘이 있을까. 높으신 분들도 바꾸지 못하는 스포츠계 폭력이다. 일시적 징계가 아닌 인식 변화를 위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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