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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노출 어린이 DNA 변형 나타나…성인된 후 악영향 우려

2019년 11월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한 인도 뉴델리 시내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어린 시절 대기오염에 노출돼 DNA가 변형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화=연합뉴스]

2019년 11월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한 인도 뉴델리 시내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어린 시절 대기오염에 노출돼 DNA가 변형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화=연합뉴스]

자동차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노출된 어린이의 DNA(유전물질)가 변형되고,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심장병 등 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美스탠퍼드大 연구팀 논문 발표
메틸화…면역세포 구성에 변화
성장 뒤 심장병 발생 가능성 높여

미 스탠퍼드대학 션 N. 파커 알레르기 천식 연구센터의 메리 프루니키 박사 등은 최근 국제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대기오염에 노출된 어린이의 면역조절 유전자 DNA에서 메틸화(Methylation) 현상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DNA 염기 서열은 그대로

2018년 11월 산불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로 스카이라인이 뿌옇게 변한 미국 샌프란스시스코 해안을 여객선이 지나고 있다. 산불처럼 일시적으로 대기오염이 상승한 경우도 DNA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11월 산불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로 스카이라인이 뿌옇게 변한 미국 샌프란스시스코 해안을 여객선이 지나고 있다. 산불처럼 일시적으로 대기오염이 상승한 경우도 DNA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AP=연합뉴스]

메틸화 현상은 DNA에 메틸(CH3-) 기(基)가 붙으면서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DNA 염기 서열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메틸화 현상의 변화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DNA 메틸화는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Epigenetics)의 중요한 메커니즘에 해당한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체득한 조건이나 노출된 환경이 유전자에 반영되고, 이것이 후대에까지 전달되는 것을 후생유전학이라고 한다.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산업적 농업과 산불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지역에서 6~8세의 히스패닉 어린이 그룹을 대상으로 혈액을 분석하고 혈압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면역 조절 유전자(Foxp3, IL-4, LL-10, IFNγ)의 메틸화 수준을 분석했고, 검진 하루 전부터 12개월 전까지의 대기오염 노출 수준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PM2.5)와 일산화탄소,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 노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역조절 유전자에서 메틸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메틸화에 따라 특정 면역조절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달라지면서, 체내 면역 세포들의 구성이 달라진다는 점과 수축기 혈압 상승을 초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대기오염 노출은 백혈구의 일종인 단핵구(單核球, monocyte)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단핵구는 동맥의 플라크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인이 됐을 때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산불 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 오염된 공기에 단기간 노출돼도 어린이 DNA가 변형되고,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이러한 DNA 변형이 심장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염 노출 성인도 DNA 변형

DNA 이미지 [사진 pixabay]

DNA 이미지 [사진 pixabay]

대기오염에 노출된 성인의 유전자에서 메틸화 현상이 오염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와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발표됐다.
 
국립암센터와 강원대 등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은 2019년 '임상 후생유전학'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장기적인 대기오염 노출이 DNA 메틸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연구에서 DNA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면 대기오염에 노출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히기도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팀도 2019년 '임상 후생유전학'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세먼지와 블랙 카본, 오존, 질소산화물,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 등 교통 관련 대기오염에 노출된 경우 DNA 메틸화에 변화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후손에도 전달될 가능성도

2019년 11월 대기오염 피해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공한 마스크를 착용한 인도 뉴델리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9년 11월 대기오염 피해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공한 마스크를 착용한 인도 뉴델리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대기오염으로 인한 DNA 메틸화가 자손에게도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남성 정자의 DNA가 손상되는 등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체코 등에서 보고된 바 있다.
 
대신 식습관이나 음주 같은 부모의 생활 습관처럼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대물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조지타운 대학 요안나 키팅스카 교수는 '줄기세포 저널(Journal of Stem Cell)'에 게재한 논문에서 평생 술을 마신 일이 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D) 증세를 보인 것이 DNA 메틸화와 관련된 사례로 소개했다.
 
FASD는 임신 중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가 원인인데, FASD를 갖고 태어난 아기는 신체기형과 함께 정신장애를 보인다.
키팅스카 교수는 "아버지의 과음으로 인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태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생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가 유전자를 통해 자녀에게 옮겨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DNA의 메틸화 패턴 변화가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는 못 하는 상황이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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