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도 키우고, 대출 쪼개고'…LH직원 단위농협서 58억 빌린 이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과 시흥 지역 사전 투기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100억원대에 이르는 땅값의 60%인 58억원가량을 북시흥농협 한 곳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시흥농협은 2금융권인 단위농협(상호금융)으로 이곳의 금리는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비싼 금리에도 대출 문턱이 낮은 탓에 한도를 최대한 끌어올 수 있는 단위농협의 문을 두드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시중은행에서는 흔치 않은 ‘대출 쪼개기’도 있었다. 여럿이 모여 공동 소유할 땅을 담보로 각각 돈을 빌려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단위농협을 택한 또 다른 이유로도 풀이된다.
 
중앙일보가 해당 거래의 등기부 등본을 살펴본 결과 LH 직원들은 2018년부터 3년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원에서 99억원어치(약 2만㎡) 농지를 매입했다. 투자금의 63%(약 62억5800만원) 정도를 금융사에서 빌렸다. 일반적으로 토지는 대출액의 120%를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전체 75억1300만원)으로 잡는 점을 고려해 역산한 추정치다. 
 
이 중 4억원 가량(농협은행)을 제외한 58억5800만원을 대출받은 곳이 경기도 시흥의 북시흥농협이다. 공교롭게도 대출을 받은 LH 직원 10명(이 중 3명은 중복 대출)이 줄줄이 한 곳의 단위농협을 방문해 대출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얘기다.
LH 직원 투기 의혹 관련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LH 직원 투기 의혹 관련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호금융, LTV 최대 80%까지 가능

은행업계의 분석은 대출 한도를 높이기 위한 ‘꼼수’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우선 단위농협이 속한 상호금융은 주택처럼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상호금융의 비주택 LTV를 40~70% 범위로 제한했다. 담보물의 몸값(회수 가치)이 높으면 최대 10%포인트까지 가산은 허용한다. 
 
반면 시중은행에서 개인의 비주택 LTV는 평균 60% 수준이 적용된다. 비주택은 아파트처럼 일률적인 지역별 LTV 규제를 적용하지는 않지만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최근 시중은행은 대출자의 전체 소득에서 빚(원리금)을 갚을 능력을 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따지고 있어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약 3%대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보다) 1~2%포인트 더 비싼 이자를 고려하고도 상호금융을 찾았다는 것은 DSR 같은 규제를 받지 않고 최대한 대출 한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의 몸값도 더 높게 평가받기 위해 단위농협을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단위농협 특성상 지역밀착형으로 운영되다 보니 (매입하는 땅의) 인근 지점을 이용하는 게 땅값을 조금이라도 높게 책정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5명이 ‘대출 쪼개기’로 17억 투자금 마련

지분 쪼개기로 대출 받은 LH 직원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분 쪼개기로 대출 받은 LH 직원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투기 의혹을 키우는 것은 직원끼리 대출 부담을 나눠 투자금을 마련한, 이른바 ‘대출 쪼개기’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의 15억1000만원 상당(3996㎡)의 농지 소유주는 총 4명의 LH 직원이다. 이 중 3명이 농지를 담보로 각각 대출을 받았다. 전체 대출금 추정치는 9억5000만원(근저당권 채권최고액 11억4400만원)이다. 
 
땅값이 비쌀수록 공동소유자를 늘려 대출을 쪼갰다. 22억원 상당의 필지는 5명이 각각 2억~4억원가량씩 대출을 받아 17억원 가량을 모았다. 땅값의 77%를 대출로 마련한 것이다. 투자금 부담이 줄면서 LH 직원 3명은 2~3개의 필지의 공동소유주로 이름을 올렸다. 
 
상호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심사의 허술한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대출심사 전문가는 “시중은행에서 공동소유자가 여럿인 땅을 담보로 소유자 각자에게 대출해주는 일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차주가 여럿인 땅은 한 명이라도 이자를 연체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부실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아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LH 직원이 농민(조합원)이 이용하는 단위농협에서 대출받을 수 있을까. 조합원이 아니어도 일반인도 지역농협에서 대출은 할 수 있다. 다만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면 농지법상 농업경영계획서를 내고,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설명이다.  
 

농협 “사회적 문제된 만큼 현장 조사 진행 중”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오종택 기자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오종택 기자

농협중앙회 측은 “LTV가 70%인데 (문제가 된) 모든 대출이 70% 이하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출 과정에서 위법사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중앙회측은 다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해당 건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의 고위 관계자는 “한 명이 먼저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이) 잘 나온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몰린 거 같다”며 “3년에 걸쳐 10여명이 차례로 대출을 받은 것이지, 한꺼번에 몰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관련해 대출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상호금융은 LTV 규제가 행정지도 사항이라 위반을 했더라도 제재는 어렵다”고 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상호금융이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하며 돈놀이를 하고 있다”며 “토지 담보가 있으면 심사를 거의 안 하다시피 해서 대출을 내주는 관행이 단위 농협 등 대부분의 상호금융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염지현ㆍ안효성ㆍ윤상언 기자 yjh@joon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