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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말 따로 발 따로’ 정치가 만든 풍경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정치인은 입이 아니라 발을 보아야 한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입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발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라도 민생을 외면하고 서민을 무시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다. 게다가 선거판이다. 그렇긴 해도 지난주는 말 따로 발 따로 정치가 불을 뿜은 특별한 한 주였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하던 장관을 모두 대동하고 가덕도를 찾아 ‘세계적 물류 허브’를 내세웠다. 선거가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대구시장을 같은 날 뽑았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풍경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거용 공항’이란 걸 알아 달라는 게 본심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약자가 더 힘들어진 ‘서민 정부’
K자 양극화 가팔라지는 와중에
매표용 살포, 서민을 위한 건가

문 대통령은 그 며칠 전엔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으쌰으쌰 지원금’을 거론했다. 4차 지원금 논의 와중에 나온 5차 지원금 예고인데, ‘코로나 벗어나면’이란 조건을 붙였다. 조건 충족 여부야 물론 대통령이 판단할 테고, 조건 자체를 바꾼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니 이것도 ‘선거용 돈 살포’로 받아들여지길 더 원할 것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대통령은 4차 지원금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말과 메시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같은 건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든 발이든 꼬이는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총선 때도 바로 그 지역을 특별히 자주 찾았고, 국무회의에선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 사 먹었다는 소식에 뭉클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효과다. 대통령을 뭉클하게 했다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피해 업종 지원 효과가 미미했다’는 KDI 분석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계층 간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거다. 고소득 가계에도 똑같이 퍼줬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고루 퍼주기보다 피해가 큰 취약 계층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게 정답이다. 그런데 5차는 그게 아니란다. 결과는? 서민 잡는 서민 정부다.
 
관련 부처가 일제히 반대한 ‘닥치고 가덕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야당 시절엔 ‘토목 정권’이라고 그토록 두들겨 팼다. 입만 열면 ‘사람이 먼저’라고 외쳤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30년이 이렇게 시작했다. ‘콘크리트로부터 인간으로’ 슬로건으로 정권을 잡았는데 집권 3년 만에 나라 살림은 거덜 났고 국가 신용 등급은 강등됐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우린 거기에 콘크리트를 또 2중·3중으로 얹었다. 그것도 정부가 세금 들여 세계적인 전문기관에 평가를 의뢰해 놓고 결국엔 꼴찌를 선택했다. 세금 들여 만든 4대강 보(洑)를 세금 들여 부수는 것과 똑같다.
 
이게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이다. 좌파 정권이면 좌파 정권다운 게 우선이다. 서민 정권을 내세웠으면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한다. 그러라고 서민들이 표를 몰아줬다. 그런데 말만 ‘약자 편’이지 약자들이 가장 살기 힘든 나라다. 사회 빈곤층이 전 정부의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그랬다. 부동산 헛발질로 벼락 거지가 양산됐고, ‘금수저’들의 명문대 입학률은 천장을 뚫었다. 자산·소득·교육은 물론 전방위에서 최악의 ‘K자 양극화’ 사회다. 그런데도 ‘매표용 공항과 돈 살포’로 나라가 멍들든 말든, 약자들이 자빠지든 말든 눈을 감는다.
 
입과 발이 달랐던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말발이 먹히려면 언행일치 리더십이 먼저다. 이제 와서 실사구시 국정이나 탕평 인사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말은 왼쪽, 발은 오른쪽의 ‘희망 고문’ 정도는 멈출 수 있다. 배 젓는 노가 아무리 커도 결국 사공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저울추는 비록 작지만 천근 무게를 다룬다고 하지 않았나. 정권 재창출과 이를 위한 선거 승리가 퇴임 후 안전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만도 아니다. ‘진짜 약자를 위한 분’이란 민심이 관건이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마음을 사지 못해 고초를 겪었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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