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타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3/fcb950d5-6627-4326-a1cf-4a28ae7a4ee1.jpg)
지난해 10월 타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뉴스1]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5) 화백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추모하는 글을 썼다. 이 회장을 가리켜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哲人)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되었다"고 하면서다.
현대문학 3월호에 추모글
이 화백은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느 한 존재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크기를 깨닫는 것이 세상의 상례”라며 “경제계, 과학기술계, 스포츠계는 물론 문화예술계는 최상의 이해자, 강력한 추진자, 위대한 동반자를 잃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미술에 대한 이 회장의 안목과 관심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소개했다.
예컨대 삼성문화재단 지원으로 2001년 독일 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대규모 회고전을 찾은 이 회장에게 인사하자 “미술은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이 회장이 ‘뛰어난 예술작품은 대할 때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이유는 뭐죠’라든가 ‘예술가에겐 비약하거나 섬광이 스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계기가 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질문 자체가 날카로운 안력(眼力)과 미지에 도전하는 높은 의지의 증거”라고 했다.
![이우환 화백.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3/d6dc10f9-4c5c-4274-a99e-cb55b52ef6c5.jpg)
이우환 화백. [중앙포토]
그는 6년여를 병석에서 투병한 이 회장을 돌이키면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마음이 통하는 벗이었는데, 그의 죽음의 순간을 마주치지 못한 채 영원히 헤어지고 말았다”며 “한국을 방문해 검진 등으로 몇 번인가 병원을 찾았을 때 면회를 시도해보았지만 끝끝내 대면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애석하다”고도 했다.
이 화백은 또 이 회장이 세계 3대 건축가를 선정해 서울에 세운 리움미술관 등을 언급하며 “미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만감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