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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尹 "내가 밉다고 국민 이익을 인질삼나, 중수청은 역사후퇴" (전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하려는 여권의 시도에 대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힘 있는 사람들의 갑질과 반칙을 처벌하는 것은 이념을 떠난 우리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2일 중앙일보와 40여분 동안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다. 
 

윤석열 중앙일보 40여분 단독 인터뷰

‘윤석열 찍어내기’ 국면에서조차 공개발언을 삼가온 그는 ‘힘 있는 자의 반칙’을 언급할 때마다 언성이 커졌다. 이날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는 소신을 밝힌 윤 총장은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를 다 빼도 좋다. 그러나 부패범죄에 대한 역량은 수사·기소를 융합해 지켜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윤 총장과의 인터뷰 전문.
 

"내 밑에서 검사 다 빼가도 좋다…檢 범죄 수사 역량만 살리자"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에 대해 ‘직을 100번이라도 걸겠다’고까지 말했다.
“검사장이든 총장이든 대단한 자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일을 똑바로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자리 보내준다고 수사를 접을 것이냐.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 검찰 것을 안 빼앗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거악(巨惡)과 싸우는 조직은 분야별로 전문화돼야 한다. 승진에 유혹받지 않고 전문성을 쌓는 게 중요할 뿐이다. 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의 검찰 네트워크는 법무부 장관 휘하로 다 빠져나가도 된다. 장관 아래 있더라도 수사와 기소를 합쳐서 부패 범죄 대응역량은 강화하자는 뜻이다.”
 
총장 밑에 기관을 둘 필요는 없다는 뜻인가 
내 밑에서 (검사들을) 다 빼도 좋다. 검찰총장 지휘 밖에 있는 수사·소추기관을 만들면 된다. 내가 다 갖고 나가라고 했다. 조국 장관이든, 추미애 장관이든, 박범계 장관 아래든, 분야별로 전문 수사기관을 만들어 수사·기소를 합치자는 뜻이다. 기존 검찰 조직의 반부패부를 싹 끌고 가서 반부패수사검찰청을, 서울남부지검을 싹 들고 가서 금융수사검찰청을, 공안부를 총장 관할 밖으로 들고 나가 안보수사검찰청을 만들어 검찰을 다 쪼개도 된다. 이런 형태로라도 수사와 기소를 융합해 주요 사건을 처리하고 주요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범죄를 왜 수사하는가. 그게 안 되면 국민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민 세금을 거둬서 수사하는 것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거면 그거를 만들겠는가.”
 
결국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가 한 몸이라는 말씀인가.
수사는 기소와 공소유지의 준비다. 지난해 부산고‧지검에서 ‘수사는 소추에 복무한다’고 말한 적 있다. 수사의 목적은 기소와 유죄 판결, 처벌이다. 2001년 검·경·군 합동수사로 연예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에 대한 병역비리 수사가 있었다. 합동수사였지만 ‘소추권자’인 민간검찰과 군 검찰이 주도했다. 직접 하는 것과 비슷했다는 뜻이다. 이는 직접수사 건수가 준다고 하더라도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직접수사 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경제 사범 수사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를 상당히 중립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검수완박이 되면) 대한민국의 힘 있고 권력 있는 세도 있는 사람들은 치외법권이 생기고 사회가 급격히 수구화된다.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부당하게 돈을 횡령하면 감옥도 가야 한다. 하급자만 처벌받고 상급자들은 처벌 안 받으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 ‘메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법은 지켜지지 않는다. 100개의 법을 만드는 만큼, 하나라도 안 지켰을 때 확실히 메스를 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 메스를 통해 나머지 법들이 지켜지는 기준이 된다. 우리 국민들이 사는 데 있어서 표준이 되는 사건들, 힘 있는 사람들의 준법 의식을 확실히 고취하는 사건들은 검찰이 직접 해야 한다. 전 세계가 이런 사건들은 국익을 걸고 한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2차 대전 이후 화이트칼라 범죄가 급증할 때 가장 신속하게 대응한 게 뉴욕주 맨해튼지검과 연방 뉴욕남부지검이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연방 뉴욕남부지검장에 임명돼 1961년부터 9년간 연임한 데 이어 1975년부터 뉴욕주 맨해튼지검장에 선출돼 무려 35년을 역임한 로버트 모겐소에 대해선 글을 써도 10장은 쓸 수 있다. 미국 갑부들의 시세조종, 내부거래, 탈세를 검찰 수사로 엄단했다. 그 혜택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검찰 수사로 불법과 비리를 뿌리뽑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니 뉴욕 증시,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세계 최고의 공신력이 생긴 것이다. 
 
여당에선 영국 특별수사검찰청(SFO·Serious Fraud Office)이 중수청의 모델이라고 한다.
검찰 제도도 없던 영국이 특수청을 만든 것이다. 프로드(Fraud)라고 해서 사기범 죄에 국한한 게 아니라 경제·부패범죄수사청을 만든 거다. 오죽하면 그랬겠는가. 오죽하면. 대형 부패가 횡행하니까 자꾸 돈이 뉴욕으로 빠져나가고 런던의 자본 시장을 지키려고 특수청을 만든 것이다. 사법시스템 자체가 달랐던 영국이 심지어 검찰제도 자체를 1985년에서야 뒤늦게 만들었다. 그리고나서 3년 뒤에 특수청이 생긴 것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고, 그 조직이 특수청, SFO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한다. 우리는 있는 증권합수단도 없앴다. 사기꾼 소굴을 만들자는 것인가. 이러다 은행이 불법 대출 등으로 흔들린다면 어떻게 범죄 대응을 할 것인가
  
시장의 투명성이 국민 생활과 직결돼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민들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알려드려야 한다. 무관심할 일이 아니다. 꼭 아셔야 한다. 반칙이라는 게 왜 생길까. 힘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힘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면 신고도 잘 못한다. 힘 있는 놈한테 맞으면 선생님한테 얘기할 수 있겠는가”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 이익과 안전을 볼모로 삼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은 총장 임명 당시 “우리 윤총장님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다”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총장 임명 당시 “우리 윤총장님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다”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고 비유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정권에 '눈엣가시'가 된 시점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때로 본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고 비유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정권에 '눈엣가시'가 된 시점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때로 본다. 연합뉴스

 
언제 입장을 밝힐지도 고민했을 것 같다. 
“몇 차례에 걸친 인사가 있었다. 총장 징계 국면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 결정으로 복귀했다. 나를 내쫓고 싶을 수 있다. 중수청 역시 반대한다고 해서 (국회) 다수당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 
 
말씀을 세게 하셨다. 
“총장으로서 평소에 가지고 있는 수사와 기소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검찰이 과거에는 수사지휘권도 행사하고 인지수사도 하면서 서민 사건들까지 직접 수사 했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제는 아니다. 찰은 서민들의 법질서 기관이 아니라 힘없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세도가들의 갑질과 반칙을 벌해서 힘없는 사람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영역만 남아있다. 그것마저 박탈하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진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이 1월부터 시행됐다. 
“사실 이것은 수사권 조정과도 차원이 다른 문제다. 힘없는 약자, 국민 개개인이 삶의 현장에서 자유와 권리가 신장하는 느낌을 갖고, 법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라 법앞에 평등한 주권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힘 있는 어떤 사람이 법을 지키겠나. ‘수사’를 해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리스크를 줘야 한다. 국가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민주주의가 내실화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좌파·우파,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문제가 아니다. 특권층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중수청은 역사의 후퇴라는 뜻인가.
“그렇다.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에서 금융비리 수사를 했다.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를 처단하고, 중형을 선고받게 해서 금융부실을 막는 것이었다. 수사를 안 하고 놔둔다면 저축은행과 은행들이 부실화되고, 기업들이 연쇄 도산한다. 이러면 공적자금인 국민들의 세금으로 틀어막아야 한다.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전부 해고당하고 상거래 채권자, 영세자영업자들도 돈을 못 받게 된다. 힘 있는 사람들의 반칙과 갑질인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정경유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 범죄다. 학교 동문끼리 단순히 친하게 지내는 걸 정경유착이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돈’이고 곧 ‘범죄’다. 보수와 진보를 따질 필요가 없다. 이제 서민 사건은 경찰에 넘겨주더라도 검찰이 1년에 하는 소수의 사건은 ‘거악척결’을 해야 한다. 그런 사건은 기록도 많고 증거 조사할 것도 많다. 사건 한 건 한건이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복잡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법 집행이다. 특히 이런 사건은 법정에 가면 아주 사소한 증거를 획득하는 방법조차 문제가 되기 때문에 검사처럼 법정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면 착수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중대범죄 사건이다.”
  
3일 대구고검 등을 방문하는 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하다가 좌천됐던 곳이라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대구지검엔 소위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다가 지방으로 밀려난 후배 검사들 다수도 몸담고 있다)
“전국 순회 일정에서 대구만 안 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대전, 인천을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나도 조심하다 보니 대구는 3번이나 말만 해놓고 못 갔다. 안 그래도 1월, 2월부터 그쪽에서 한번 안 오냐고 해서 날을 미리 잡아둔 것이다. 재보궐 선거도 없는 지역이고."
 
추후 계획이 정해진 게 있나
“그런 것은 없다. 내가 할 말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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