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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폭로의 계절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늘은 또 누구일까. 지난달 여자프로배구팀 흥국생명의 이재영·다영 선수로부터 시작된 ‘학교폭력(학폭) 미투’가 끝날 줄 모른다. 스포츠계에 이어 유명 아이돌 멤버와 탤런트 10여 명이 학폭 가해자로 소환됐다. 성적 만능주의, 체벌의 일상화, 합숙소 생활 등 상대적으로 폭력문화에 많이 노출되는 스포츠계와 달리 연예인의 경우는 데뷔 이전 학창 시절 벌어진 일이다. 처음엔 부인하던 아이돌과 기획사도 추가 인증이 계속되면서 사과, 활동 중지 등의 대응을 내놓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가짜 폭로도 있고, 학폭이라기엔 애매한 경우도 있어 마녀사냥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연예인 학폭 미투 릴레이의 교훈
사소한 폭력에도 민감성 키우고
피해자 중심 대응체계 갖춰야

지금 연예계 학폭 미투는 폭로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이들의 주된 팬층도 20대라는 게 특징이다. SNS라는 손쉬운 폭로 수단, 공정·갑질에 민감한 90년대생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004년 학교 안에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처음 생겼지만, 학생 인권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보다는 낮았던 시절이다. 그때는 말 못했던 피해자들이 ‘나는 여전히 힘든데 잘 살고 있는’ 유명인 가해자를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 사회적으로 처벌받게 하는 ‘사적 응징’ 방식이다. 팬들도 대부분 단호하다. 문제가 된 멤버가 팀 전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며 탈퇴나 활동 중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연예인을 선망하지만 스타는 내가 키우는 것이고, 생사여탈권이 내게 있다고 생각하는 팬 문화의 결과다.
 
제기된 의혹들은 경중이 다르고 진위를 따져야지만, 폭력적인 학교문화가 실재한다는 게 핵심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학교폭력 신고로 검거된 수는 1만3584명으로 전년보다 217명, 2015년보다 1089명 늘었다. 올 초 교육부 실태조사에서도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2017년 0.9%(3만7000명)에서 2019년 1.6%(6만 명)로 두 배 증가했다. 폭력을 방조하는 학생·교사·학교당국의 ‘침묵의 카르텔’도 여전하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의 29.5%가 방관했다. 교사, 학교전담경찰관 등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답은 14.2%였다. 지금 인터넷에 공분이 들끓지만, 막상 학폭이 터졌을 때 적극적이고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란 얘기다. 씁쓸하지만 “트위터의 많은 이가 올바른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옳은 일처럼 행동한다.”(『트릭 미러』)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유명인 대상 폭로는 점차 일반인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학교폭력 관련 단체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최근 10~20년 전 학폭에 대한 성인들의 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현재 학생들의 학폭 상담 건수를 웃돈다.” 피해자에게는 평생을 가는 상처지만, 가해자는 기억조차 잘 못하는 게 학폭이다. 학폭 소재 웹툰 ‘인생존망’의 주인공은 졸업 후 만난 가해자로부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미안하다”며 지폐 몇 장을 건네받는다. 주인공은 “사과마저 당했다”며 참담해 한다.
 
연초 아동 학대로 공분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학폭이다. 하긴 가정이 폭력적인데, 학교가 폭력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자식이니 내 맘대로’가 아동학대를 용인했듯 ‘철 없는 시절의 치기 어린 장난’ ‘애들은 싸우면서 자란다’가 학폭을 키운다. 소소한 폭력에 관대한 것이 큰 폭력으로 이어지고, 가정의 폭력이 학교로, 사회로 이어지는 폭력의 악순환이다. 학폭 전문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와 공적 기관이 피해자 중심으로 적극 개입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학교 내부에서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피해 학생을 방치하고, 오히려 가해 학생을 보호해 왔다”(『학교폭력의 모든 것』)고 지적했다.
 
때마침 청와대 게시판에는 생활기록부 속 학폭 이력 삭제 권한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최대 2년간 유지되는 생기부 학폭 이력(퇴학 제외)을 가해자의 ‘앞날’을 위해 ‘반성’만 하면 피해자 몰래 지워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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