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진 투데이&피플팀장
#2. 반세기 가까이 한국 그림책 작가를 일본에 소개해온 원로 출판인 호즈미 타모츠(穗積保)씨에게 『세계의 어린이책과 작가들』(한림출판사) 출간 기념 인터뷰를 제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현재 일·한 관계를 고려하면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두렵다”며 “양해를 부탁한다”는 정중한 답이 왔을뿐.
국내 정치를 위해 양국 정부가 서로를 악용하는 사이, 상호 국민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피해와 두려움은 재일 동포와 친한파 일본인이 감당할 몫으로 남았다.

노트북을 열며 3/3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문제를 외교부를 통해 제기해오던 한국 정부가 갑자기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협력”을 언급한 배경도 뒷맛이 씁쓸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이라는 남북관계 마법의 묘약을 잊을 수 없는 정부 아니던가. ‘도쿄 올림픽=마지막 지푸라기’라는 속마음이 읽힌다.
한·미·일 구도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막 들어섰다고 성급히 표변하는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지한파 언론인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마이니치(每日)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소감을 물으니 “옳으신 말씀이지만 앞으로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에두른 답이 왔다. 지한파조차 진정성을 100% 느끼지 못하는 상황인 셈.
문득 프랑스 가수 조르주 무스타키가 부른 샹송, ‘이젠 너무 늦었어(Il Est Trop Tard)’가 떠오른다. “서로 다퉜지만, 난 모르겠어. 시간은 흘러가고 이제 얼마 안 남았지. (중략) 꿈꾸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갔어. 이젠 너무 늦었어.”
전수진 투데이&피플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