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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 중수청’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이 먼저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떼어내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려 하자 검찰 안팎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떼어내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려 하자 검찰 안팎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르면 이번 주중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을 발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 안팎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갓 출범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의 잉크도 마르기 전인 상황에서 또다시 엄청난 갈등을 촉발하는 중수청 신설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시기도, 방식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여당 이르면 주중 중수청 법안 발의 강행
“수사권·기소권 분리하면 공소유지 어려워”

여당은 4일께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 남은 부패·경제·선거 등 6대 범죄 수사권을 다시 검찰에서 떼어내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할 태세다. 여당의 중수청 드라이브 걸기에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제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중수청을 신설하면 1948년 이후 정착된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우려한다. 국민의 생활에도 중대한 영향과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부작용부터 두루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여당의 중수청 신설은 보편적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대륙법 국가와 영미법 국가는 역사적으로 형사사법 체계와 전통이 다른데 뒤죽박죽으로 제도를 쪼개서 도입하다 보니 혼란이 우려된다.
 
예컨대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독일·일본의 경우 검찰에 특수부 같은 조직을 두고 중대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행사한다. 반면에 자치경찰제의 전통이 뿌리 깊은 미국과 영국 등은 경찰이 수사를 주도한다. 그런데 영국조차 중대 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능력에 한계가 생기자 1985년 검찰청을 신설하고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보유한 중대범죄수사청(SFO)을 1987년부터 설치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어내려는 한국 여당의 중수청 설립 움직임이 개혁이라기보다는 시대 변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청 산하에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신설한 상황에서 중수청을 별도로 만드는 것은 기능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공소유지가 생명인 검찰에서 중수청을 신설해 수사권을 박탈하면 범죄의 처벌이라는 형사사법의 궁극적인 목적조차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이 정부가 임명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조차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면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으니 새겨들어야 한다. 거대 여당이 숫자를 내세워 중수청을 졸속으로 만들어 정치적 갈등을 키우면 결국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 국민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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