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멤버의 졸업앨범이 중고거래사이트에 등장하자 팬덤 사이에서는 학폭루머가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트위터 캡쳐
최근 한 아이돌그룹의 팬들을 중심으로 SNS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글이다. 중고거래 사이트 내에서 아이돌 멤버의 졸업앨범이 거래된다는 소식에 팬들의 관심과 염려가 쏠린 것이다. 이는 최근 유명인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잇따르면서 졸업앨범의 ‘용도’에 대한 의심이 생긴 데 따른 일이다. 학폭 ‘인증용’으로 졸업앨범이 자주 이용되기 때문이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오는 학폭 폭로 글은 글쓴이가 해당 가해자와 같은 학교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를 입증하는 데에 졸업앨범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열성 팬들에게 졸업앨범 판매 소식은 해당 아이돌 멤버가 학폭 루머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성 시그널’로 인식되고 있다.

그룹 아이들 수진에 대한 학교폭력 의혹 글에 대해 졸업앨범으로 인증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룹 세븐틴 민규의 경우, 중학교 시절 장애 학우를 괴롭히고 동급생에게 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건당사자와 연락을 진행 중이며 현재 스케줄 활동을 잠시 멈추고 사실관계 확인에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들 수진과 박혜수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졸업앨범, 루머 인증용 될까 걱정

배우 박혜수의 학교폭력 의혹 글에 대해 졸업앨범으로 인증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학폭 논란 이전에도 아이돌의 졸업앨범 거래는 팬들의 관심사였다. 팬덤 사이에서 ‘굿즈’(goods)로 졸업앨범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 SNS 사용자는 “요즘 페이스북을 통해서 ○○의 팬인데 학교를 검색해서 찾았다며 졸업앨범을 팔아달라는 디엠(연락)이 부쩍 많아졌다. 앨범 인증 하나로 학폭 가해자 단정해버리는 것을 쉽게 믿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이돌 멤버의 졸업앨범이 중고거래사이트에 등장하자 팬덤 사이에서는 학폭루머가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트위터 캡쳐
거래가 100만원 넘었다는 주장도
졸업앨범 인증이 학폭의 피해증거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자 최근엔 학생증·성적증명서·대화 메시지를 함께 올려 학폭 피해를 인증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졸업앨범 거래를 악용해서 루머를 만들거나 과잉 대응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학폭 피해자들이 목소리 내지 못하고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