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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조원 빚, 만기연장ㆍ이자유예 6개월 더…건전성 '착시 효과' 지속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출의 만기연장ㆍ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9월 말까지로 6개월 더 연장된다. 만기연장 조치가 끝나더라도 상환 방식과 기한을 은행 등 금융사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에도, 대출 부실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28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상가에 신종 코로나바이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28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상가에 신종 코로나바이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금융위원회는 2일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및 중소ㆍ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대출 원금 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기존 방안 그대로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직ㆍ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은 금융권 대출의 만기연장과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를 9월 말까지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원리금 연체나 자본 잠식, 폐업 등 부실이 없어야 한다. 이미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를 신청했더라도 재신청할 수 있다. 만기 연장 등의 기한은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다. 예컨대 올해 5월 만기연장을 신청하면 11월까지 대출 만기가 연장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의 만기연장ㆍ이자상환 유예 등의 총액은 130조4000억원이다. 만기연장이 121조원(37만1000건)으로 가장 많고, 원금 상환 유예 9조원(5만7000건), 이자상환 유예 1637억원(1만3000건) 등이다. 이자상환 유예의 경우 원금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동안 금융권은 연장에 난색을 표했다. 이자상환 유예는 부실 여부 확인이 쉽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회생이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이자상환 유예 연장에 동의했지만, 이자 유예된 대출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자 상환을 유예해도 은행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전달보다 0.07%포인트 내린 0.28%로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건전성 지표가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의 총량(분모)이 늘어난 반면 원리금 연체 등은 이자상환 유예 등을 통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만기연장이 한 대출 등을 부실대출이 아닌 정상대출로 보도록 법령 해석을 내렸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은 항상 건전성 지표 착시효과가 따라붙는다”며 “건전성 지표는 역대 최저치로 실물경기와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도 떨어지는 대출 연체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에도 떨어지는 대출 연체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자 유예 등이 종료되면 건전성 지표가 일시에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음식업과 여행레저업 등의 지난해 대출 증가율은 20%를 웃돈다. 전체 개입사업자 대출 증가율 평균인 9%를 상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이들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자상환 유예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대출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퍼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연체율이 착시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동의한다”면서도 “금융회사들은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앞으로도 계속 건전성 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이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2조6019억원으로, 2019년(9659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김정훈 수석애널리스트도 “금융당국이 상환기간 연장 등 연착륙을 지원해준다면 잠재부실은 은행이 감당할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상환 예시. 기존 월상환금액의 절반수준으로 원리금 분할상환하는 방안이다. 상환기간은 유예기간(6개월)의 3배인 18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밝힌 상환 예시. 기존 월상환금액의 절반수준으로 원리금 분할상환하는 방안이다. 상환기간은 유예기간(6개월)의 3배인 18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이날 상환유예 연착륙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유예기한이 끝난 뒤 갚아야 할 원금이나 이자가 한 번에 몰려 겪게 될 어려움을 줄이자는 취지다. 은행은 기간을 늘려서라도 대출 원금 등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연착륙 방안은 돈을 빌린 차주가 금융사의 컨설팅을 받은 뒤 상환 기간과 방법을 정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상환 기간은 유예기간보다 길게 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예시로 든 방안 중에는 기존 월 상환 금액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대출금 6000만원에 금리 5%(고정), 잔존 만기 1년으로 매달 500만원을 원금 분할상환하는 차주가 원금 및 이자상환을 6개월 유예받았다면, 기존 대출 만기를 3배로(1년 6개월) 연장해 원금 분할상환액(250만원)과 기존 이자 및 유예이자를 합해 갚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상환기간 연장 기한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권 국장은 “채무를 무한정 지속하는 것은 차주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며 “금융사와 이야기한 결과 유예기간의 2~3배 정도 상환 기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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