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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인데 맞춤법도 몰라"…기초학력 미달, 등교가 겁난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 아담 문구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새학기 학용품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거리 아담 문구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새학기 학용품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초등 4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38‧서울 송파구)씨는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개학이 연기되지 않고 등교 수업도 확대돼 반갑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닫힌 교문, 벌써 1년째
오늘 개학, 쌍방향 수업 확대하지만
지난해 학력 격차 해소할지 의문
학부모 72.6% “사교육 의존 높아져”
교육계 “기초학력 전수조사 필요”

겨울방학 동안 김씨는 아이에게 수학 ‘분수’를 가르치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해 학교에서 분수를 배우긴 했지만, 대부분 원격 수업이라 기본개념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 김씨는 “학교 가는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1년 동안의 학습 공백이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서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학기 개학을 앞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문구점에서 시민들이 신학기 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학기 개학을 앞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문구점에서 시민들이 신학기 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등교확대가 학습 공백 해결할지 미지수

2일 전국의 초‧중‧고교가 일제히 새 학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김씨처럼 학습 공백을 우려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정부는 학습‧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해부터 등교 및 쌍방향 원격 수업을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는 고3만 매일 등교했지만, 올해는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매일 학교에 간다. 교육부는 1학기 중으로 다른 학년의 등교도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지난해 발생한 학습결손과 학력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학교별로 기초학력을 진단하도록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교마다 평가도구가 달라 학교‧지역별 비교가 어려워 전체 수준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또 기간제 교사 2000명을 투입해 과밀학급‧학력부진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많은 교사들은 “수업에 혼란만 줄 뿐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2021학년도 새학기 개학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직원들이 책상 칸막이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새학기 개학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직원들이 책상 칸막이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학부모들은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이 ‘부모 숙제’가 됐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초등 3학년 딸을 키우는 직장맘 이모(39‧서울 은평구)씨는 매일 퇴근 후 아이에게 받아쓰기를 시키느라 쉴 틈이 없다. 보통 2학년 때 학교에서 받아쓰기하면서 한글 실력을 키우는데, 코로나19로 학교에 제대로 못 가면서 맞춤법을 가르치는 건 부모 일이 됐다. 
 
이씨는 “정부‧학교에서 손 놓고 있는 동안 결국 부모가 모든 문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사‧학부모‧학생 1만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72.6%가 ‘원격수업 상황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총 주최로 열린 '일방·편향 교육정책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총 주최로 열린 '일방·편향 교육정책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단위 진단·평가체제 구축 필요" 

교육계에선 정확한 기초학력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와 비대면 수업으로 학력저하가 심화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깜깜이’ 상황”이라며 “기초학력 부진은 학교 부적응과 학업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진단‧평가체제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학생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전국단위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는 것처럼 학생들의 학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수조사를 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다음 학년 진급 후 정상적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이 지난해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며 “교사나 학교 자율에만 맡길 게 아니라 객관적 시스템을 마련해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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