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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가덕도신공항, 이젠 정부의 시간…“사타·예타 원칙대로”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논란 속에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는 당초 원안에 포함됐다가 통째로 빠져버린 조항이 있다. 사전타당성조사(사타) 간소화 규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사업의 골격도 정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사타의 필요성을 강변한 때문이다.
 

가덕도특별법서 사타 살아남아
사타 통해 사업비 논란 판가름
경제성 따지는 예타도 철저하게
“남은 절차 꼼꼼하게 검증해야”

사타는 건설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정부나 지자체 방침이 결정되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 전에 하는 절차로 ▶사업 필요성 ▶사업 시행에 따른 위험요소 ▶사업예정지의 입지조건 ▶사업 규모 및 공사비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본다. 기간은 1년 정도 걸린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사타 간소화 규정을 삭제하고, 사타를 원칙대로 시행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의 7가지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소위 위원들에게 돌린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타가 살아난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그 자체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졸속입법이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표심 얻기용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다. 특별법이 통과된 이상 실행해야만 한다. 입법이 정치의 시간이었다면, 실행은 정부의 시간이다. 그 시작은 국토부가 담당할 사타다. 통상 사타는 사업추진기관에서 주관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그 결과로 방침이 바뀌는 일은 흔치 않다.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내놓은 방안과 국토부가 생각하는 밑그림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부울경은 7조5000억원을 들여 길이 3500m짜리 활주로 하나와 여객터미널 등을 짓겠다고 한다. 국제선은 가덕도공항, 국내선은 김해공항으로 나눠서 운영할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부산시]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부산시]

국토부는 부정적이다. 법안소위에 제출된 국토부 보고서에 이유가 자세히 나온다. 우선 가덕도공항은 진해비행장과 공역이 중첩되는 데다 김해공항과 기능을 나눠 복수로 운영되는 탓에 관제업무가 복잡해지는 등 항공안전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또 가덕도가 외해(육지로 둘러싸이지 않은 먼바다)에 직접 노출돼 조류·파도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쉽지 않아 해상 매립에만 6년 이상 소요되고, 기초지반이 내려앉는 부등침하 가능성도 있다고 적었다. 대규모 산악절취를 통한 해양매립으로 생태 자연과 해양생태계 훼손도 우려됐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사업비다. 부울경이 7조5000억원을 제시한 반면 국토부는 3가지 시나리오별로 12조8000억~28조6000억원이 든다고 추정했다. 심지어 활주로 한개짜리 공항을 짓더라도 예상 사업비는 12조8000억원으로 부울경 추산보다 5조20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활주로 2개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수용하는 시나리오는 15조8000억원, 여기에 군 시설까지 이전하는 경우는 28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토부 보고서도 정밀한 조사를 거쳐서 나온 건 아니다. 국토부가 보고서에 “본 내용은 기존 제시된 부산시안을 기준으로 추정·작성됐으며 추후 관련 용역시 재검토 필요”라고 적은 이유다. 여기서 언급한 추후 관련 용역이 사타다. 객관적인 외부연구기관에서 사타를 엄밀히 수행한다면 부울경과 국토부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판가름날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타부터 꼼꼼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 없이 법이 만들어졌지만 남은 의사결정이라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며 “사타를 객관적으로 진행해서 예산 낭비나 기술적 결함이 없도록 하는 게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도 “국토부가 의지를 갖고 예타에 맞먹는 수준의 사타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타 과정에 정치권이나 지역의 압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외압을 철저히 배제하고 원칙대로 해야만 그나마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사타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사타에서 사업추진의 위험요소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므로 그 결과를 놓고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타 다음엔 기획재정부 소관으로 사업의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따지는 예타가 있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대도시나 인구가 많은 지역에만 유리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특별법은 기재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특별법 관련 의견에서 “가덕도 신공항도 입지 등 신공항 추진을 위한 주무부처의 사전타당성검토 등을 거친 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단 예타 면제에 부정적 입장인 셈이다. 상당수 전문가도 예타를 통해 사업성을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례가 없는 법안을 졸속으로 만들어낸 책임은 정치권의 몫이다. 그러나 실행과정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바로 잡는 책임은 정부, 즉 공무원의 몫이다. 사타와 예타를 원칙대로 진행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정치권이 아닌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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