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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기권’ 양이원영·윤미향의 운명

김형구 정치에디터

김형구 정치에디터

『문재인의 운명』. 2011년 ‘재야의 문재인’이 대선 출사표 격으로 내놓은 회고록이다. 여기엔 부산이 기반인 그의 각별한 부산 사랑이 여러 곳에서 묻어난다. 1987년 6월 항쟁 참여 장면을 다룬 대목에서 굵은 글씨로 강조한 대목은 이렇다. ‘6월 항쟁은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이었지만, 나는 그 운동의 중심을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명동성당 농성이 강제해산돼 서울 등 다른 지역 시위가 위축됐을 때 부산은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치열하게 싸워 항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통 야도(野都) 부산이 1990년 3당 합당 후 하루아침에 여도(與都)가 됐던 걸 ‘참으로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 ‘가덕도신공항 드라이브’
양이·윤, 금태섭 경고 재연 관심
징계해도, 안 해도 본질 안 달라져

그런 부산을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찾았다. 청와대에서 약 410㎞ 거리를 달려 도착한 부산 부전역에서 동남권 통합 계획을 보고받았다. 부산신항에서 갈아탄 배 위에서 가덕도 신공항 청사진을 보고받다 공항 예정지를 눈앞에서 대하니 “가슴이 뛴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으리라.
 
문 대통령 숙원은 다음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좀 더 가까워졌다. 찬성 181표, 반대 33표, 기권 15표. 여당에서 찬성 몰표가 쏟아진 결과다. 눈길을 끈 건 민주당에서 나온 기권표 둘이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고 정부·여당 수뇌부가 총출동한 가덕도 드라이브. 여기에 합승을 거부한 여당 의원이 나왔다니.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과 윤미향 의원이 기권표를 던진 사유는 “환경오염 걱정”으로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왼쪽부터)이 지난해 10월 7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나란히 자리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왼쪽부터)이 지난해 10월 7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나란히 자리했다. 오종택 기자

마침 ‘원팀’을 강조해온 여권에서 심상찮은 파열음이 나오고 있을 때였다. 수사·기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 과정에서 터져 나온 속도조절 논란 말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 나와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하고,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돼선 안 된다”는 문 대통령 주문을 소개했다. 하지만 여권 내 강경파의 격한 반발 속에 속도조절론은 곧바로 부정됐다. 출발점이 됐던 박 장관 말은 이틀 만에 “속도조절이란 표현을 쓴 적은 없다”로 후퇴됐고, 지난달 24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 발언은 (속도조절) 그런 뜻이었다”고 전했다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그러면 대통령께서 (속도조절) 워딩을 쓰신 것으로 돼버린다”는 핀잔을 들었다.
 
‘검찰개혁 시즌1’ 결과물인 수사권 개혁 안착을 주문한 게 속도조절 취지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에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떠오른 건 나뿐일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전날 서울시 인사에게 연락해 성추행 피소 가능성 유출 의혹이 일자 “불미스러운 일이 있나 물었을 뿐 피소 사실 유출은 아니다”고 부인했던 남 의원 말이다. “‘술 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건가”라는 비아냥을 샀던 남 의원은 결국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속도조절 논란을 두고 여권에선 ‘조절’보단 ‘속도전’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 같다. ‘친문 호위무사’라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임기는 1년 남았고 21대 국회는 임기가 1년 지났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지는 권력, 뜨는 권력을 거론한 게 인상적이다. 원팀 속 한목소리 일색이던 그들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건 분명해졌다. 사실 철권통치, 개인숭배가 체제유지 수단인 공산당이 아닌 이상 다른 목소리가 없다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이제 시선은 양이·윤 의원의 ‘운명’을 향한다. 2019년 말 공수처 설치법안 표결 때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기권했던 금태섭 전 의원 사례와 포개지면서다. 금 전 의원은 소신대로 기권했다가 당론 위배행위라는 이유로 ‘경고’ 징계를 받았고 이후 탈당했다.
 
양이·윤 두 의원은 얼마 전 “법무장관으로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주당 의원”이라고 ‘커밍아웃’ 했던 박 장관 화법을 빌자면 “민주당 의원이지만 기본적으로 환경운동가, 여성운동가”라 하겠다. 그런 두 의원도 금 전 의원처럼 당의 냉엄한 심판을 받게 될까. 일각에선 출신성분이 주류와 비슷한 사람들이란 점을 들어 유야무야 될 거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민주당이 끼리끼리 뭉친 그들만의 결사체라는 일부의 가설이 공인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만일 민주당이 금 전 의원 때처럼 수위 높은 징계 카드를 빼 든다면? 그렇다 해도 민주당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팀이란 구호 앞에 당내 이견을 용인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정당의 속성을 또 한번 보여주는 사례밖에 더도 덜도 아니니까.
 
김형구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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