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그들만의 언어로 말하는 이민가족
외국어 아닌 진심과 사랑의 언어”
‘기생충’ 이은 쾌거, 윤여정도 화제
작품상 안 올려 인종차별 논란도
선댄스 등 포함 75관왕, 윤여정 26관왕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비대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외국어영화상을 탄 정이삭 감독이 딸을 안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2/dd3f2796-61d3-4859-abc5-7b544733f77d.jpg)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비대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외국어영화상을 탄 정이삭 감독이 딸을 안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6일 정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에 ‘그렇게도 떠나고 싶었던 고향으로 돌아온 감독’이란 제목을 달았다. 여기에서 고향은 정 감독이 성장기를 보낸 미국 아칸소주와 그의 뿌리인 한국을 모두 의미한다.
정 감독이 영화감독이 된 건 우연이다. 그는 작가 지망생으로 예일대에 입학했지만 이내 꿈을 접었다. 그는 NYT에 “예일대에서 지방 할당 쿼터를 채우기 위해 아칸소주 출신인 나를 겨우 입학시킨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정도로 다른 학생들은 우수한데 내 실력은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영화를 즐겨 보는 타입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기숙사 룸메이트가 ‘7인의 사무라이’라는 영화를 보길래 ‘대체 왜 저런 영화를 좋아하지’라고 생각했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의대에 진학하기로 하고, 인문학 필수 학점을 채우기 위해 영화 수업에 등록했다. 매주 과제로 실험적 동영상을 찍으면서 그는 조금씩 영상 제작에 흥미를 느꼈고, 곧 ‘7인의 사무라이’ 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와 ‘화양연화’ ‘중경삼림’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 작품에 빠져들었다. 그는 NYT에 “영화의 길에 들어선 건 내게 마치 인생의 개종과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대신 유타대로 진학해 영화를 전공했다. 그는 “하루에 여러 편 영화를 계속 봤다”며 “마치 영화로 수련하는 수도승 같았다”고 말했다. 졸업 후 첫 장편영화는 2007년 심리치료사인 부인 발레리와 함께 아프리카 르완다를 방문해 찍었다. 르완다 현지어로 종족 간 화해를 그린 ‘무뉴랑가보’로 칸영화제 등에 이름을 알렸다.

‘미나리’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계 영화가 2년 연속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가 외국어영화상을 탔고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아카데미는 지난해부터 외국어영화상의 이름을 바꿔 국제영화상으로 시상하고 있고, 외국어 사용 여부는 주요 부문 수상 기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카데미 후보 발표는 오는 15일,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이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북미 개봉 3주 차 주말을 보낸 ‘미나리’는 추가 상영 요청에 따라 극장을 늘려가고 있으며 누적 매출 25만1000달러(약 2억8200만원)를 올렸다. 국내에선 3일 개봉한다.
중국계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작품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은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에 돌아갔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170관왕에 이르는 수상 퍼레이드다. 자오는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은 음악상과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지난해 대장암 투병 끝에 숨진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마 레이니즈 블랙 바텀’으로 남우주연상(영화 드라마 부문)을 받았다.
강혜란·전수진·나원정 기자 theoth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