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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탄핵’ 초유의 퇴직 판사 심판 쟁점 세가지는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임성근(57ㆍ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퇴임하면서 1일부턴 자연인 신분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게 됐다. 그는 앞서 26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퇴임사를 올려 “이렇게 떠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용서를 청한다”는 취지의 퇴임 소회를 밝혔다. 임 전 부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이후 언론 접촉을 자제하며 변호인단과 탄핵 심판 준비에 몰두해왔다. 
 
헌재는 지난달 26일 임 전 부장판사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하루 앞두고 심리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이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 신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법관 탄핵 심판은 처음인 데다, 퇴임 공직자를 상대로 한 탄핵 심판인 만큼 향후 국회 소추위원(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변호인단과 임 전 부장판사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의 관전 포인트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①기피 신청 인용 가능성은=임 전 부장판사 측은 지난달 23일 이석태 주심 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과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ㆍ세월호 특조위원장을 지내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 중 하나는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일본 기자에 대한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기피가 받아들여지면 이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탄핵 심판을 진행하거나, 주심 변경으로 주심 재판관만 바꾸고 심리에는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현행법상 탄핵 심판은 재판관 총 9명 중 7명 이상이 심리해 6명 이상이 찬성해야 받아들여진다.  
 
헌재에 따르면 지금까지 헌재 재판관의 기피 신청이 인용된 사례는 없다. 현재 헌재 구성을 볼 때 이 재판관의 세월호 특조위원장 등 과거 경력만으로 기피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9명의 재판관 중 이 재판관을 비롯해 최소 5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첫 법관 탄핵 재판이라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헌재가 이례적으로 임 전 부장 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가 심판 결과에 대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피 심리 등 임 전 부장판사 측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 할 수 있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②퇴임 판사 탄핵 가능한가=현행법상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심판 때까지 권한이 중지된다. 임 전 부장판사처럼 정년 등으로 임기가 끝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탄핵안이 발의돼 파면 결론이 나왔다. 
 
헌법(제106조)은 조문 상 법관에 대해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선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파면’ 결정을 위해선 ‘법관’의 신분일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퇴직 법관에 대해선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은 이와 관련 “헌법소원의 경우 권리 보호 이익이 소멸됐더라도 심판의 이익이 있다면 심리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탄핵 심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퇴직자에 대한 심판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직을 떠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하는 것이 실효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공무원 연금 수령에서 불이익을 받고, 향후 5년 간 변호사 개업이 제한되는 등의 제재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 측은 임 전 부장판사 탄핵으로 법관에 대한 독립성 침해를 향후에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국회가 탄핵 사유로 지목한 임 전 부장의 재판 개입 의혹이 법관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고, 탄핵소추안이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 중(2021년 2월 4일) 국회에서 의결됐기 때문에 심리 대상이 충분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선 처음이지만, 미국에선 이미 전직 공직자에 대한 탄핵 심판과 관련한 논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퇴직자에 대한 탄핵으로 달성하려는 실질 효과와 법 구문의 해석 문제와 관련해 치열한 법리 공방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퇴직 공직자도 심판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이 인용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③‘임성근 1심’ 해석도 동상이몽=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가 된 재판 개입과 관련 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의 재판 관여 행위는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요건이 되진 않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고 적시한 셈이다.  
 
국회 소추위원 측 양홍석 변호사는 이를 들어 “이 사건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해 헌법을 위반한 매우 명확한 사건”이라며 “탄핵의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선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 윤근수 변호사는 “1심 판결에는 ‘(임 부장판사의 부탁을 받고도)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임 부장판사의 행동과 실제 판결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이번 심판의 핵심은 임 전 부장판사의 행동이 법관을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느냐 여부”라며 “어떤 결과든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ㆍ이수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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