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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법' 위법 막으려한 국토부의 저항…文은 되레 질책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최대 28조원(국토교통부 추산) 국비 투입이 예상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28조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 정부 당시 극렬히 반대했던 4대강 사업 예산(22조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국토부, 작년 여당 발의 때부터 난색
2월 초 국토위에 7대 문제점 문건
23일에도 법사위원 방 돌며 호소
여당은 가덕도법 통과 뒤 속도전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29인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29인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문턱을 넘겼지만, 최종적으로 처리된 법안엔 국토부의 결사 항전의 흔적이 곳곳에 담겨있다. 여야 발의 당시엔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전 타당성 조사(사타) 간소화 ▶환경영향평가 의무 조항 배제 등 ‘3무(無) 법안’이었지만  결국 예비 타당성 조사는 면제가 가능하다는 조항(제7조)만 남고 사타와 환경영향평가는 원칙대로 실시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마터면 모든 조사를 다 면제하는 무소불위법의 집행을 국토부가 떠맡을 뻔했는데, 그나마 절차적 정당성은 일부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특별법을 발의한 직후부터 법안에 난색을 보였다. 비용 추계 등도 생략되며 법안 심사가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예타 면제는 이미 선례가 있지만, 사타 간소화는 국토부조차 겪어보지 못한 파격이었다. 사타는 “법령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용어”(법무부가 낸 검토 의견)지만, 기본적으로 국책 사업을 하기 위한 기본 절차다.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예타를 맡기기 위해 미리 얼개를 짜는 조사다.  
 
실제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속기록을 보면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은 “이 법에서 사타를 안 한다고 아무리 규정을 해도, 사타를 하지 않고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지민 국회 국토위 전문위원 역시 “사업목표와 사업 규모 등은 사타가 선행돼야 확정된다”며 법안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우리 동네에 있는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하는 것 같은데”라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말은 이때 나왔다. 국토부 측 설명을 듣고 난 뒤 국토위 간사인 조 의원은 “그러니깐 사타를 면제하면, 뭘 만들지를 모르고 (공항을) 만든다는 거냐”면서 한 말이다. 야당 의원들도 사타 실시에 찬성했고, 이날 여야 합의로 사타 간소화 조항은 삭제됐다.  
 
국토부가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사활을 건 흔적은 이달 초 국토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비공개 문건에서도 나타난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문제점을 안전성ㆍ시공성ㆍ운영성 등 7가지 항목으로 나눠 열거한 문건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외부 법무법인(동헌)의 법률자문까지 첨부해 쓴 ‘공무원의 법적의무 검토’라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동헌의 의견서와 함께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적법한 사업추진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성실 의무 위반”이라고도 썼다.
 
이 문건이 지난주 뒤늦게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되레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전략 보고회’에서 만난 변 장관에게 “국토부가 의지를 갖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자 변 장관은 “마치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하다”며 “보고서는 사전타당성 조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 장관은 이어 “현재는 사타 시행이 법안에 반영되는 등 관계기관 이견이 해소됐다”며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견이 해소됐다”는 국토부 측의 설명과 달리, 국토부 관계자들은 지난 23일에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 논리를 호소하기 위해 여야 법사위원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법사위 상정(25일) 직전까지 막판 호소에 나선 것이다. 이날 국토부 보고를 직접 받은 한 법사위원 측 보좌관은 “국토부 관계자가 찾아와 문건을 직접 보여주며, 가덕도 신공항의 여러 문제점을 강조했다.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하게 되면, 이런 문제점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결국 국토부가 훗날 있을지 모르는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율사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밀어붙이니 하긴해야 하는데, 절차적 단계를 다 생략했다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처럼 될 걸 걱정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법안 통과 후 여당은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며 가덕도 특별법 처리 성과를 과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7일 “8년 내 완공 목표로 행정 절차를 서둘러 갈 것”이라고 말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28일 페이스북에 “이제 소모적인 정쟁은 접고 (가덕도 신공항을) 대한민국 도약 기회로 만들자”는 글을 올렸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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