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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한 번에 7000만원 보너스…판교서 열린 '연봉 대전'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판교의 모습. [중앙포토]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판교의 모습. [중앙포토]

 
#1. 지난해 이커머스업체로 이직한 7년차 개발자 A씨는 ‘사이닝 보너스’(새로 합류하는 직원에게 주는 일회성 인센티브)로만 7000만원을 받았다. 마치 프로선수처럼, 연봉계약서에 서명 한 번 하면서 거액을 받은 것이다. 연봉도 10% 이상 올랐다. A씨는 “여러 군데서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현 직장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게임·플랫폼업계 ‘임금 인상’ 도미노
크래프톤 연봉 2000만원 일괄 인상
직방 “초봉 6000만원, 경력 보너스”
인력 부족에 빅5 싹쓸이, 몸값 급등

 
#2.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 지난해 중순 퇴직한 B씨는 최근 전 직장 인사팀으로부터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가 제시한 연봉은 과거보다 1000만원 이상 높았다.
 
2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개발자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파격적인 ‘연봉 인상’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입사 선호도가 높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기업들이 유능한 개발자를 ‘싹쓸이’하는 가운데, 넥슨·크래프톤 같은 게임회사들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달 1일 넥슨이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후 한 달 내내 게임·플랫폼·이커머스업계에선 개발직군에 대한 ‘모시기’ 도미노가 벌어졌다. 
 

넥슨발 ‘쩐의 전쟁’ 한 달

게임업계는 시장 규모가 15조원대로 성장하면서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연봉 협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매년 3~4월 신규 연봉을 책정해 4월부터 적용한다. 업계 ‘빅3’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 모두 800만원씩 연봉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5일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연봉 경쟁의 정점을 찍었다. 김 대표는 “이제 ‘프로젝트 중심’이던 조직 운영방식이 ‘인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유능한 개발 인재가 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부동산 플랫폼인 직방도 이튿날인 26일 '개발자 초임 6000만원, 경력자 이직 시 최대 1억원 보너스'를 내걸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이쯤 되면 거의 ‘쩐의 전쟁’이다. 
개발 직군 임금 인상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개발 직군 임금 인상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개발자가 ‘귀한 몸’이 된 건 수급 불일치 때문이다. IT 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개발자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공급도 늘어난 것도 맞다. 정부에서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사업을 확대하면서 민간 교육기관도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자로 분류되는 인력은 약 13만6000명이다. 
 

개발자 13만 명이라지만…고수는 드물어

큰 틀에서 보면 개발자는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과정인 코딩(coding) 업무를 맡은 인력이다. 개발 언어인 C/C++나 C#, 자바(Java) 등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게임 개발자(프로그래머)는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구상한 배경·캐릭터 등이 실제로 컴퓨터나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창업에 나선 ‘스타 개발자’도 꽤 된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탄생시킨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여전히 일선에서 활약하는 1세대 개발자다. 김창한 대표도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유능한 개발자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호소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SW기업의 47.9%는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재를 급하게 찾고 있는데 지원자 대부분은 급하게 알파벳만 익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5년간 30만 SW 인재 필요”

전문가들은 SW 인재 부족의 주요한 원인으로 꽉 막힌 교육 시스템을 꼽는다. 국내 대학에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개발자를 충분히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정원이 2008년 141명에서 10년 새 745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서울대는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올해 겨우 70명으로 늘었다. 서울대는 학부 내에 ‘인공지능(AI) 연합전공’ 제도를 두고 있지만, 아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1990년부터 SW교육센터를 운영 중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앞으로 5년간 30만 명의 SW 인재가 나와도 부족하다”며 “일단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수만 라인의 코드를 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학생들은 1000라인짜리 졸업 프로젝트만 해본 게 고작”이라며 “이론보다 프로젝트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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