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앨버트 테일러

앨버트 테일러. 3·1운동과 독립선언서를 세계에 알렸다. 사진 서울시
벽안의 이방인이 해낸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해 4월 15일 당시 수원(지금의 화성시) 제암리에서 만세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군이 주민을 집단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사건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 불타는 마을을 촬영하고, 생존 주민을 취재해 일본의 탄압을 세계에 알렸다.
3·1운동을 세계로 알린 사나이…'딜쿠샤'를 짓다

앨버트 테일러 가옥인 '딜쿠샤'의 옛모습. 사진 서울시
일제의 압박은 그에게도 이어졌다. 1941년 앨버트 가족은 일제에 의해 연금됐고, 이듬해 강제 추방됐다.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6년 뒤 캘리포니아에서 숨을 거뒀다. 아내 메리는 생전 한국을 그리워하던 앨버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유해와 함께 그해 한국을 방문했다. 앨버트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안장됐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딜쿠샤'

오는 3월 1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딜쿠샤' 전시관. 온라인 사전예약으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사진 서울시
2015년 브루스 테일러마저 사망하자 이듬해 서울시는 원형복원에 들어갔다.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딜쿠샤가 등록되면서 복원속도는 빨라졌다.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딜쿠샤는 지하 1층~지상 2층의 건물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복원 공사를 마쳤다. 서울시는 이번 3·1절을 기해 '딜쿠샤'를 개방하기로 했다. 앨버트가 강제 추방된 지 약 80년 만이다.
딜쿠샤 전시관 돌아볼까

앨버트 부부가 사용하던 당시 유물들. 앨버트의 손녀인 제니퍼 테일러는 당시 사용하던 유물을 기증했다. 사진 서울시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이자 유물 기증자인 제니퍼 테일러는 “이번 개관으로 한국의 독립투쟁에 동참한 서양인 독립유공자가 재조명받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대문형무소, 경교장 등 딜쿠샤 전시관 인근 항일운동 관련 클러스터를 통해 독립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을 기억하고 정신을 계승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