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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뒤집힌지 40시간···에어포켓 생존자 살린 '기적의 20분' [영상]

지난 21일 경북 경주 앞바다 어선 전복 사고 생존자가 여찬희 경장 팔과 서성진 경장 손을 꼭 잡은 채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경 영상 캡처

지난 21일 경북 경주 앞바다 어선 전복 사고 생존자가 여찬희 경장 팔과 서성진 경장 손을 꼭 잡은 채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경 영상 캡처

“뒤집힌 배 안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것을 보곤 에어포켓이 있을 거라고 직감했습니다. 황급히 가보니 39시간이 지난 상황에서도 물에 젖지 않은 생존자가 있었습니다.”

 
지난 19일 경북 경주 앞바다에서 발생한 홍게잡이 배 전복사고 당시 40시간 만에 생존자를 구조한 해경 중앙특수구조단 소속 여찬희(35) 경장(잠수사)이 한 말이다. 그는 구조 활동 중 골반 등을 다쳐 치료를 받은 후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거룡호 생존자 구한 여찬희 잠수사 인터뷰

 
여 경장은 “생존자가 내 팔과 동료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가슴이 벅찼다”며 “구조 경력 7년 만에 처음 살아있는 실종자를 구조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23분쯤 여찬희 경장이 경북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거룡호 사고 40시간 만에 생존자를 구했다. 사진 여찬희 경장

지난 21일 오전 10시23분쯤 여찬희 경장이 경북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거룡호 사고 40시간 만에 생존자를 구했다. 사진 여찬희 경장

홍게잡이 어선 전복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6시 46분쯤 신고가 접수됐다. “선원 6명이 탑승한 9.77t급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가 전복됐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어선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도록 배에 공기주머니를 묶은 후 구조작업에 나섰다.
 
여 경장은 사고 발생 39시간14분이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이뤄진 3차 선내 진입 수색에 투입됐다. 1~2차 수색을 벌인 대원들이 “기관실 쪽에 에어포켓이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여 경장은 동료 서성진(31) 경장과 함께 기관실을 가던 중 식당을 발견했다. 입구가 가스통으로 막혀 있어 빼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여 경장이 한숨을 돌리며 주변을 돌아보는 순간, 언뜻 물이 찰랑거리는 게 보였다. 공기층인 에어포켓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직감한 순간이다. 잠수사들은 수색 작업 중 물이 찰랑거리는 지점을 발견하면 에어포켓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여 경장이 황급히 식당 쪽으로 가보니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가로 2.5m, 세로 2m, 깊이 1.5m 크기의 창고가 나왔다. 전복 당시 어선 앞쪽은 바닷속에 깊게 잠겼지만, 배 뒤쪽 창고 부분은 물에 깊게 잠기지 않아 에어포켓이 형성될 수 있었다.
 
190㎝ 큰 키의 여 경장이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니 입구가 좁아 여의치 않았다. 헬멧을 벗은 여 경장이 조심스레 접근하자 어디선가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생존자는 거룡호 기관장 A씨(55)였다. 발견 당시 A씨는 누워있었지만, 대화는 가능한 상태였다. 여 경장이 “구조하러 왔다”고 하자, A씨는 “다른 생존자는 없나요?”라고 물었다. 여 경장은 A씨를 다독인 뒤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풀페이스(잠수용) 마스크를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 불안해하는 A씨에게는 “꼭 다시 오겠다”며 안심도 시켰다.    
 
여 경장이 구조 물품을 가지고 다시 A씨에게 가는 길은 험난했다. 당시 사고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파도가 높은 데다 선박 반경 100m에 그물, 어획 도구 등 장애 요소가 많아서다. 진입 과정에서 여 경장이 입은 드라이수트(잠수복)의 오른쪽 팔과 무릎 부분이 장애물에 걸려 찢어졌다. 차가운 바닷물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여 경장은 “워낙 힘이 드니 과호흡까지 왔지만, 침착해야 한다,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버텼다”고 말했다. 
 
전복된 거룡호에서 생존자를 구한 서성진(32) 경장의 훈련 모습. 사진 서성진 경장

전복된 거룡호에서 생존자를 구한 서성진(32) 경장의 훈련 모습. 사진 서성진 경장

여 경장은 서 경장과 함께 겨우겨우 생존자가 있는 창고 입구에 도착한 후 재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서 경장이 인근에 포획도구 등 날카로운 물건이 오지 못하도록 막아선 사이 여 경장은 A씨를 무사히 구조해냈다. 에어포켓 발견 후 20여분에 걸친 긴박한 구조작업의 성과였다. 당시 장애물을 막았던 서 경장은 무릎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여 경장은 해경 구조 요원 경력 7년 차인 해군 해난구조대 출신이다. 대학 레저스포츠과에서 수영을 전공했고, 스쿠버 및 잠수기능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여 경장은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지금도 진행 중인 거룡호 실종자를 꼭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경북 포항해양경찰서 구조대원들이 남구 구룡포 항으로 예인된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9.77t)를 수면위로 부상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3일 경북 포항해양경찰서 구조대원들이 남구 구룡포 항으로 예인된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9.77t)를 수면위로 부상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포항해양경찰서는 전복된 거룡호를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선적지인 포항 구룡포항에 예인했다. 실종된 6명 중 1명은 해경에 구조됐지만, 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실종된 나머지 4명을 아직 찾고 있다.
 
경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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