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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 증세 논쟁…5년전 새누리당이 떠오르는 이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세금을 더 거두는 일, 증세(增稅)를 보는 국민 심리는 복잡하다.
 
내가 더 내는 건 싫지만 남에게 더 걷는 건 괜찮다는 심리, 복지 혜택을 더 받고 싶지만 세금은 덜 내고 싶은 심리가 교차한다.
 
지난해 6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선 이런 심리의 단초를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84.7%였다. 하지만 증세에는 ‘반대한다’는 답변이 59.8%에 달했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 지난 1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 완화를 위해 ‘고소득층 대상으로 세금을 더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동의’는 57.4%, ‘동의하지 않는다’는 39.3%였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증세는 싫다는 여론이 더 높지만 부자를 상대로 한 증세는 좋다는 여론이 더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증세’는 반대 많지만 ‘고소득층 증세’는 찬성 많아 

 
일반 국민뿐이 아니다. 정치인의 증세에 관한 인식도 복잡하다. 정부를 이끌고 있는 현재 권력은 증세 문제에 소극적이다. 증세로 인한 납세자의 반발이 고스란히 정권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 권력은 증세 문제에 보다 적극적이다. 미래 권력 입장에선 어젠다를 선점하는 동시에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창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증세 문제에 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뿐 아니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기본소득 주장은 쓸데없는 전력 낭비”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는 “증세를 통해 복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수가 늘어야 기본소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 생활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적정 기준을 지향하는 내용의 ‘신(新)복지’를 표방하는 이낙연 대표는 증세에 소극적이다. 대신 각종 조세 감면 등을 축소해 실질적으로 증세 효과를 내는 데 더 관심이 크다. 그러면서 “세율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산업이 융성하면 세입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며 성장을 통한 세수 증대가 필요하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김무성(오른쪽)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중앙포토

국민의힘 김무성(오른쪽)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중앙포토

 
그런데 이러한 장면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시계를 4년 5개월 전인 2016년 9월로 돌려보면 지금은 야당이고 당시엔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법인세 정상화는 성역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한다”며 법인세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새누리당에선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직전 당 대표였던 김무성 당시 의원은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이 증세가 최선인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증세는) 언뜻보면 속이 시원하지만 기업과 부유층을 외국으로 쫓아 보내는 것으로 이미 많은 유럽국가에서는 모조리 실패해 ‘사이비 처방’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은 이 발언이 추 대표보다는 유승민 당시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유 전 의원이 ‘중(中)부담-중(中)복지’를 내세우며 “법인세도 성역일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2015년 4월에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연설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동시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 측과 심한 갈등을 빚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얼마 후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심도 있는 지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에는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낙연·이재명 논쟁, 새누리당 시절 김무성·유승민 논쟁과 비슷

 
정치권 일각에선 당시 증세 논쟁과 현재의 증세 논쟁에 비슷한 점이 여럿 있다고 보고 있다. 차기를 노리는 여권의 잠룡이 논쟁에 참여했다는 점, 한 사람이 명시적 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경제 성장을 통한 세수 확대를 강조한다는 점,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은 증세에 소극적이라는 점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에 비해 증세에 더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실제 증세 논의가 본격화할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석수(174석)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증세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정치권에선 4·7 재·보궐선거 뒤 권력의 무게추가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증세 논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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