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길의 옆모습. 아가미 옆에 있는 파란 점 때문에 '블루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왕준열PD
[애니띵]'포식자' 블루길 퇴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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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망 가득 블루길 뿐…생태계 잠식

블루길과 큰입배스 수거를 위해 설치해 놓은 어망을 걷고 있다. 왕준열PD
조업이 뜸한 추운 날씨에 이들이 강변으로 나선 건 블루길 때문이다. 먹을 게 부족하던 1969년, 정부는 단백질 공급원을 늘리기 위해 해외에서 블루길을 들여왔다. 하지만 국민의 배를 든든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블루길은 '맛없는 물고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식용으로 외면받아 포획이 줄어든 블루길은 빠르게 개체 수가 늘었다. 외래종이라 천적도 없었기 때문에 수를 줄일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같은 종도 잡아먹을 만큼 식성이 왕성한 블루길은 붕어 등 토착종의 치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1998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블루길과 큰입배스. 붙잡힌 물고기의 약 90%를 차지한다. 왕준열PD
함께 통발을 끌어 올린 어업인 박 모(30) 씨는 "여러 곳에 그물을 쳐놔도 잡히는 물고기 대부분이 블루길 아니면 큰입배스"라고 말했다. 2016년 국립생태원이 팔당호를 조사한 결과 포획한 물고기 중 블루길·큰입배스는 80% 이상을 차지했다. 팔당호 외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블루길이 한강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토착어류는 방생, 블루길은 퇴비로

포획한 블루길을 선내의 수조로 옮기고 있다. 왕준열PD
수거 작업을 하고 돌아와 수조에 모아둔 블루길을 뭍으로 내렸다. 약 한시간여 동안 포획한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커다란 바구니 3개를 꽉 채웠다. 이런 작업을 일주일에 3~4번 반복한다.
이날 포획한 블루길은 인근 농민들에게 비료 원료로 나눠줬다. 물속에서도골칫덩이지만, 예전에는 포획한 후에도 블루길은 처리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액상 비료로 만들어 농가에 나눠주는 사업이 활성화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거한 어망에서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분리하고 있다. 왕준열PD
"귀촌해 낚시하려다 실망…생태계 회복했으면"
이런 퇴치 작업으로 매년 막대한 양의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포획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퇴치 작업으로 수거한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총 35만여 마리, 무게는 8.9톤에 달한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여전히 수가 많지만 여러 사업으로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한 어업인 김씨는 하루빨리 생태계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낚시하며 쉬는 낭만을 가지고 왔는데, 잡히는 건 죄다 블루길인 걸 보고 퇴치작업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갈 길이 멀지만 조금이라도 물속 환경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영상=왕준열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