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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자증세? 아니면 보편증세?…"넓은 세원, 낮은 세율로"

폭증하는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증세’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복지 확대에 따른 적극적 재정정책이 174석 거여(巨與)의 정책 기조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증세론’ 불지피는 여권 인사들의 주요 발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증세론’ 불지피는 여권 인사들의 주요 발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7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다음 주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연대특별세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2022~24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 법안은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층 57만 명과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3조~5조원가량을 더 걷는 내용이다. 기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목적세 형태로 각 7.5%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비슷한 취지의 '특별재난연대세'를 발의한 적은 있지만, 그간 지도부 차원에서 증세 여지를 일축해 온 민주당에서 증세법안이 발의되는 건 처음이다.  
 

대기업·고소득층으로부터 3~5조원 확보 

이는 부유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전형적인 ‘부자 증세’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올리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강화하는 등 이들을 겨냥한 조세 정책을 펼쳐왔다.
 
이 의원은 “최근 코로나19 피해 지원 예산을 계속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데, 계속되는 국채 발행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반(反)도덕적 방식”이라고 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국회가 부유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득 최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수로부터 세금 걷는 보편 증세도 거론

‘부자 증세’와 함께 다른 계층에도 세 부담을 늘리자는 ‘보편 증세’ 논의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 인상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지난달 말 “부가세 인상은 가장 보편적인 증세 방식 중 하나”라며 “물건을 살 때 누구나 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고민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저부담ㆍ저복지 사회에서 중부담ㆍ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증세론도 보편 증세에 가깝다. 다만 이 지사는 증세를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용 재원 조달 수단으로 주로 다루고 있다.  
GDP 10% 증세 방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GDP 10% 증세 방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공감하는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기본소득연구포럼’이 지난 23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다.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며 모든 소득 원천에 5% 과세를 골자로 하는 기본소득세 신설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이외에도 공시지가의 1%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국토보유세와 순 자산 20억원 이상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조합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12조원가량의 추가 증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3의 방식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도 거론된다. 일정 요건을 갖췄을 때 낮은 특례 세율을 적용하거나 세액감면ㆍ세액공제ㆍ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깎아주던 조세 특혜를 줄이자는 구상이다. 이는 명시적 증세는 아니지만, 세제 혜택이 줄기 때문에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여진다.  
 

증세 말고, 조세 특혜 줄이자는 대안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에 적극적이다. 부유층이 더 이익을 보는 ‘역진적 특혜’와 한 주체가 중복해서 조세 감면을 받는 ‘중복 특혜’를 줄여 복지 확대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저항이 가장 적으면서도 실현이 용이한 방법부터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 비전’ 초청 강연에선 이 대표가 제안한 ‘신(新)복지체제’와 관련해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신복지체제의 재원은 향후 20년간 4단계에 거쳐 점진적으로 만들어간다”며 ‘조세 감면 폐지 및 축소→소득세 중심의 누진적 보편 증세→사회보장세(기여금) 증세→부가가치세 증세’라는 ‘단계적 증세’를 제안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심이반을 초래할 수 있는 증세가 당장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밝혀온 정책 기조와도 방향이 다르다. 하지만 ‘일단 주고 보자’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대안 언급을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 지켜야 

경제학계에서는 세금을 올린다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기본을 지킬 것을 주문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과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예컨대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가운데 세금을 안 내는(결정세액이 0인) 비율이 37% 정도 되는데, 이는 중산층 이상 계층의 상대적 세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들에게 세 부담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조세 저항만 초래한다”라고 말했다. 
 
박형수 교수는 이어 “소득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세금 부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 조세정책의 큰 흐름”이라며 “다만 증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끔 완만하면서도 지속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손해용ㆍ오현석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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