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ESG

사회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을 나눈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이욱정 KBS미디어 PD,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왼쪽부터). 전민규 기자
PD·CEO·교수 셋의 사회적 문제 해결
코로나 위기 속 식당 주인들 합심
SK 지원 받아 노숙자에 무료 급식
‘반려나무’ 입양 운동 10만명 동참
기업들,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로
기후변화 등 해결에 큰 역할 필요
100년 내다보는 ESG 경영 중요
- 누군가는 ‘당장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라고 할 텐데 사회 문제 해결이 왜 중요한가.
- 김형수 대표=“보육원에서 봉사활동 중에 한 30대 장애인을 만났다. 그는 아기 같은 신체에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했다. 처음엔 ‘과연 이분은 행복할까’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깨달았다. 그의 생존 자체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테두리’가 여기까지 뻗어 있음을 뜻한다는 걸. 가난한 나라에도 부유층은 많다. 사회의 진면모는 잘 사는 사람, 좋은 곳이 아닌 힘들게 사는 취약계층과 그들이 있는 곳을 들여다볼 때 나온다. 좋은 사회일수록 취약계층도 어우러져 살 수 있다.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그만큼 노력해서다. 팬데믹 장기화에 그런 연결고리가 가장 먼저 끊길까 우려된다. 그게 끊어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여유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잡아줘야 한다. 취약계층과 공존 가능한 사회가 곧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다.”
- 일개 기업이 사회 전체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 이욱정 PD=“과거엔 국가나 종교의 역할이 중요했다. 지금은 기업들이 인류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는 개별 영토 안에서만 기능하지만 기업은 이미 그 경계를 넘어섰다. 일선에서 글로벌 소비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함께 새 가치를 창출한다. 요즘 같은 위기일수록 이런 풍부한 노하우를 비축한 기업들이 정부 손이 덜 닿는 곳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 곳곳에 산적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최선책인가.
- 김범준 교수=“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 들려준 얘기다.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이용하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줄이 따로 없어 불편했더란다. 친구 하나를 설득해서 둘이 줄을 서봤다. 그래도 줄이 안 만들어졌다. 하나 더 설득해서 셋이 서봤다. 그랬더니 줄이 생겼다. 다음날부터는 매일같이 그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만들어졌단다. 이런 식으로 각계 구성원들이 작은 규모에서부터 긴밀히 협력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공유하려 시도할 때 각 사회적 활동이 사회 전체에 확산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시도가 모이고 모여 세상을 바꾼다.”
- 협력과 연결을 위해서는 처지가 다른 이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아이디어도 중요하겠다.
- 이욱정=“지난달 22일 문을 연,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도시락을 기획했다. 팬데믹으로 폐업했거나 이를 고민하는 골목식당이 급증했는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게 주인들이 평소 장기를 살려 도시락을 만들고, 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는 거다.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노동은 없다. 팬데믹으로 가치가 떨어진 듯 보였던 노동의 새 쓰임새를 당사자들이 직접 찾아내고, 그걸 나 같은 기획자가 맥락에 맞게 엮고, 기업(SK가 비용 일체를 지원)이 지속가능한 효율적 활동이 되도록 조직적인 힘을 발휘한다.”
- 특기나 직업이 없어도 보람 있는 사회적 활동에 동참하고픈 사람들이 적잖다.
- 김형수=“2017년부터 ‘반려나무’ 입양 운동을 해오고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자녀가 다니는 학교 안이나 집안 또는 집 근처 산불 피해지 등지의, 개인이 기부하고 싶은 장소에 심어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거다. 친근한 용어와 장소 사례 선정으로 이 운동의 의의가 잘 전달된 덕분인지 지금까지 10만 명 이상이 반려나무 입양에 동참했고 지난해 10만 그루를 심을 수 있었다. 내 불편을 감수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건 참여에 도움이 안 된다. 내 문제, 내 주위 문제라고 인식해야 모두가 조금씩 더 환경 보호에 힘쓰게 된다.”
-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사회적 관심 역시 뜨겁다.
- 김범준=“기업가라면 내 회사가 당장 올해 얼마나 많은 영업이익을 거둘지부터 고민하겠지만 먼 미래도 내다봐야 한다. 내 회사가 10년 후, 100년 후에도 존재할 건지. 지속가능성은 기업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정부도 일반인도 ESG를 중시해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내 임기 안에서의 미래만 볼 게 아니라 100년 후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일반인이라면 내 자손들이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오늘을 개척해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이들 세 남자의 세상을 바꾸는 협력 이야기는 24일 오전 10시 SOVAC 홈페이지(https://socialvalueconnect.com)에서 라이브로 진행됐다. 월 1회씩 열리는 SOVAC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하단 QR코드 참고). SOVAC 행사는 2019년 시작돼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 80여 곳이 파트너로 가세했고 그해 일반 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관계로 온라인 행사로만 열리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