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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적 양극화 부추겨, 민주주의 위기 부른 ‘팬덤 정치’

콩글리시 인문학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나 원 참, 세상이 어쩌다 이 꼴이 됐지?” 분개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걱정 마시라, 인간 세상은 항상 그 꼴이었다.” 특정인을 숭모하고 예찬하는 일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지난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찬양했다. 또 박 전 장관은 봉화마을과 선산을 찾으면서 “노무현 대통령님, 그리고 아버님. 같은 인사를 드렸다”고 페이스북에 올리며 노 전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웠다. 그게 문빠 지지세력에 대한 러브콜이었는지 몰라도 황당한 예찬으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다. 한술 더 떠 유력한 후보 우상호 의원은 “내가 박원순이다”라고 주장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 요설·궤변
광적인 지지자들 폭력 등 부채질

우리는 새해 벽두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목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열렬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아수라장을 벌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발단은 시위 현장에 나타난 트럼프가 “나는 사기를 당했다,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외치면서 시위대에게 의회로 가 항의하라고 선동한 탓이었다. 트럼프의 선거전략은 철저한 국민 편가르기였고 자신의 쇼와 언행에 무조건 열광하는 광신자들을 뭉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법치를 훼손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자신을 맹종하는 광적 지지자들을 사주했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붕괴하는지 잘 보여 주었다.
 
진보지식인 홍세화는 현 정부를 향해 왜 집권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하면서 팬덤 정치가 민주주의 발전에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fandom이란 fan(후원자, 애호가)과 dom(나라, 영지)을 합친 말로 스타나 특정 이념, 종교, 정치인 따위를 쫓는 열광적인 지지자 무리를 뜻한다. fan은 fanatic의 준 말이다. fanatic의 뿌리는 라틴어 fanaticus로 교회에 헌신하는 봉사자, 어떤 일에 몰입하는 열성적인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열광자(enthusiast), 극단주의자(extremist) 또는 광신도(zealot)의 의미가 나왔다.
 
처칠은 광신자란 자기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화제를 바꾸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광신자들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갖고 자기 생각을 확증시키는 일에만 열중하기에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는 무조건 취한다. 세상을 우리와 적(敵)들로 양분하고 적에 대해선 뭐든 나쁜 정보만을 축적한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일단 선택하고 나면 그것이 옳았다는 믿음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하면 오히려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문 대통령을 맞은 전남 일부 공무원들이 “문재인 너는 사슴, 내 마음을 녹용(녹여요)”, “우주미남 우윳빛깔 문재인”, “대통령님은 우리의 행복” 등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과잉의전이라는 빈축을 샀다. 얼마 전에는 북한 원전건설 계획안이 터지자 야당은 이를 이적행위로 규정했고 여당은 북풍공작으로 맞섰다. 심지어 여당은 감사원·법원·검찰의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당파적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팬덤 정치에서 음모설, 요설, 궤변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패거리정치는 부정에 연루된 조국 부부를 예수에 빗대고 대한민국을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내세우니 어버이 수령, 결사옹위, 존엄을 입에 달고 사는 북한을 닮아 가는 듯싶다. 우리는 영생교, 오대양 혹은 가이아나 인민사원 집단자살에서 종교적 광신도들의 말로(末路)를 보았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잘못된 확신”이라고 말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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