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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세태취재 | 사주팔자는 옛말, 타로 찾는 2030세대

사주와 달리 타로는 길어야 3개월짜리 가까운 미래 점쳐
코로나19 구직난도 영향 미쳐… 자격증 기관 난립은 문제

“인생은 나중 일, 당장 문제에 대한 답 얻고파”

 
한 직장인이 타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은 타로의 장점으로 꼽힌다. / 사진:문상덕

한 직장인이 타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은 타로의 장점으로 꼽힌다. / 사진:문상덕

 
2년차 취업준비생인 한승민(가명·26)씨는 요즘 주말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모임 공간으로 향한다. 한씨는 이곳에서 매주 두 시간씩 타로 그룹과외를 받고 있다. 한씨가 카드 수십장을 살피는 동안, 옆방에선 모의 면접이 한창이다.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공채는 3월부터 시작한다. 여유는 커녕, 과외받는 한씨의 마음은 절박하다. 눈그늘이 짙게 내린 한씨는 “이번엔 붙을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점치고 싶어 수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타로는 서양에서 유래한 점술(占術) 중 하나다. 내담자가 질문을 던진 뒤 78가지 서로 다른 삽화가 그려진 카드 중 1~10개를 뽑으면, 역술인이 카드의 뜻을 해석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질문별로 답한다는 점에서 태어난 연·월·일·시를 바탕으로 인생 전체를 훑는 사주팔자(이하 사주)와 다르다. 그간 타로의 역할은 사람들을 점집으로 유인하는 ‘미끼상품’에 가까웠다. 질문당 가격이 5000원대로, 최소 5만원인 사주에 비하면 저렴해서다.
 
그런데 최근 한씨처럼 타로만을 찾는 2030세대가 크게 늘고 있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주 무대다. 점술 서비스 중개 플랫폼 ‘천명앤컴퍼니’의 전재현 공동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타로 매출이 상반기보다 3배 늘었다”고 밝혔다. 플랫폼 전체의 매출 증가폭(2.2배)을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타로상담 건수 중 2030세대 이용자 비중은 40%에서 70%로 늘었다. 타로 관련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43만 명)를 보유한 유튜버 타로호랑도 “10대 후반~30대 초반이 전체 구독자의 70%”라고 밝혔다.
 
이들 세대가 꼽는 타로의 강점은 즉시성과 구체성이다. 타로호랑은 “타로는 길어도 3개월짜리 가까운 미래를 점친다”며 “대신 ‘내가 내일 면접 보면 합격할 수 있을까’ ‘직장을 옮겨도 괜찮을까’ 같은 디테일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주에선 10년 단위 ‘대운(大運)’과 1년 단위 ‘세운(歲運)’을 살핀다. 앞서 한씨도 “내 인생 전체가 어떻게 풀릴지 당장은 관심 없다”며 “타로는 당장 나한테 필요한 답을 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에도 수강생 줄지 않아

한 직장인이 타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은 타로의 장점으로 꼽힌다. / 사진:문상덕타로 강사 김동민(28·가운데)씨가 서울 사당역 인근의 한 스터디룸에서 강의하고 있다. / 사진:문상덕

한 직장인이 타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은 타로의 장점으로 꼽힌다. / 사진:문상덕타로 강사 김동민(28·가운데)씨가 서울 사당역 인근의 한 스터디룸에서 강의하고 있다. / 사진:문상덕

한씨가 있는 강의실을 찾았다. 한씨를 포함해 경기도 안양·수원 등지에 온 사람들까지 3명이 자리를 채웠다. 모두 20대 중후반의 나이다. 회당 3만5000원, 총 28만원 수강료에도 원래 수강 인원은 10명에 이른다. 강의를 운영하는 김동민(28)씨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반을 두 개로 쪼개서 운영하고 있다. 다만 강의를 듣는 인원 자체는 코로나19 유행에도 줄지 않았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수원에서 1시간 걸려 왔다는 신영민(가명·26)씨는 지난 1월부터 초등학생 전문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신씨는 “전 직장에서 행정 업무를 봤었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미련이 남았었다”며 “직업 운(運)을 보려고 집 근처 점집에 간 것이 타로와 만났던 첫 경험”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또 “코로나19 때문에 퇴직이 무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담사가 ‘지금 옮겨도 괜찮다’고 말해 과감하게 퇴직을 결정했었다”고 돌이켰다. 지금은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 타로를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강사인 김씨가 연단에서 타로의 역사를 설명하는 동안 한씨는 손 바쁘게 강의 내용을 필기하고 있었다. 강의가 시작한 지 2시간여 지났을 때쯤 스프링 철한 교재의 여백은 작은 글씨들로 빼곡하게 메워져 있었다.
 
한씨나 신씨처럼, 최근 타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젊은 층들은 취직·이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우가 많다. 유튜버 타로호랑도 “구독자 10만, 20만 등 달성 기념으로 구독자 중 5명을 추첨해 개인상담을 해드리곤 한다”며 “이 중 3~4명은 자신의 앞날을 묻는다. 직업이 있는 분들도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물어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로 한층 어려워진 취업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605명을 대상으로 ‘취업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1.6%만이 졸업 전에 정규적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으로 취업’은 13.2%, ‘아직 취업하지 못함’으로 답한 응답자 비율은 72.9%에 달했다. 취업 자체도 쉽지 않지만, 정규직 등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를 얻는 청년은 열 명 중 한 명에 그치는 것이다.
 
‘성공의 책임을 개인의 몫으로 여기는’ 자기계발 논리도 엿볼 수 있다. 타로를 둘러싼 인식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 [타로 스퀘어](2020)를 펴낸 민혜련 박사는 타로의 인기에 대해 “모든 선택의 책임이 개인의 문제로 떨어지는 현대 사회의 풍경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가 결정해야 할 선택을 타로와 상담사가 대신하면서, 선택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민 박사는 “일종의 심리적인 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강사 김씨는 졸업한 직후인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김씨는 며칠 전 근처 카페에서 개인 과외를 진행하다가 일면식 없는 사람으로부터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김씨는 “글씨를 적은 티슈는 수강생 옆자리에 슬쩍 두고 가더라”고 털어놨다. 부정적 인식이 적잖은 셈이다. 김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 사학과를 나왔다. 상담을 하고 싶었다면 임상 심리를 부전공으로 하는 방법도 있었을 터다. 김씨는 “타로상담 할 때 자존심 강한 직장인들이 마음을 열 때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타로는 신통력에 기대지 않는다. 카드 몇장을 보고 개인 성향이나 배경을 유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신 질문에 대해 이런 카드가 나왔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자면 상황이나 배경을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런 점 때문에 무척 자존심 강한 직업이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타로를 찾는다.”
 

“타로 관련 유튜브 구독자, 1년 새 10배 늘어”

서양에서 들어온 점술의 일종인 타로(Tarot). 78가지 서로 다른 카드 중 질문자가 뽑은 카드를 바탕으로 운세를 점친다.

서양에서 들어온 점술의 일종인 타로(Tarot). 78가지 서로 다른 카드 중 질문자가 뽑은 카드를 바탕으로 운세를 점친다.

김씨는 이번 강의 직전 시간대에 사법연수원을 막 졸업한 변호사가 수강했다고 덧붙였다. 또 여성 가운데 38~39세, 소위 말하는 ‘골드미스’ 직장인들이 연애 운을 많이 물어오는 편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타로의 장점은 비대면 공간에서 한층 선명해진다. 태어난 연·월·일·시 등 개인정보를 알아야 하는 사주나 사람별 기운까지 봐야 하는 신점(神占)의 경우엔 비대면 상담이 번거롭다. 반면 타로의 경우엔 78가지 카드 중 어떤 것을 골랐는지에 관해서만 상담자가 알면 된다. 유명 타로 상담사인 정회도 씨는 “전화 운세 상담 사이트에서 가장 상담이 몰리는 시간대는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라며 “이때 타로가 25건 이면 사주가 3건, 신점은 1건꼴”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화 상담을 넘어 불특정 다수가 이용 가능한 방식도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유튜브가 주된 장소다. 유튜버가 시청자를 대신에 4~5개 그룹으로 묶인 타로를 선택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1~5번 카드 중 4번 카드를 선택한 사람은 ○○분 ○○초대부터 영상을 시청하라’고 안내한다. 개인의 상황을 듣고 구체적으로 상담하는 데는 제한이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사생활을 밝힐 필요 없이,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타로 상담사 정회도씨는 지난 2013년부터 유튜브 채널 ‘타로마스터정회도’(구독자 18만 명)를 운영해왔다. 2016년엔 지상파 방송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타로 대중화에 시동을 건 인물로 업계에서 꼽힌다.
 
정씨는 타로의 장점으로 원활한 쌍방향 소통을 인기 비결로 꼽는다.
 
“사주나 신점의 경우 공부 안 한 사람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반면 타로는 상담하러 온 사람이 선택하면 카드 반응하는 형식이다. 카드에 나온 상징들을 조합해 이야기로 풀어나가기도 좋다. 상담을 받는 사람도 이야기에 깊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
 
유튜버 타로호랑은 2019년 9월 채널을 연 지 1년여 만에 구독자가 43만 명으로 늘었다. 개설한 지 두 달 만에 이미 10만 명을 달성했다. 타로호랑은 “채널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가장 유명한 채널의 구독자 수가 3만 명이었다”며 인기를 실감했다.
 
타로호랑은 지난 1월엔 유명 영화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타로호랑은 “촬영 자체는 혼자 해도 충분하다”며 “나중에 저만의 타로를 제작해서 파는 등 커머스(상품 개발) 분야에서 도움을 받고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관련 자격증 발급기관만 172곳 난립

타로상담 인기를 타고 관련 민간자격증도 우후죽순 나온다. 민간자격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타로 관련 자격증 과정을 개설한 민간기관은 172개에 이른다. 이들 민간기관은 직능원에 관련 자격증 신설을 신청하고 교육과정을 인정받으면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다. 한 단계 평가를 더 거쳐야 국가공인을 받을 수 있다. 아직 타로 관련 자격증 가운데 국가공인을 받은 자격증은 없다.
 
직능원이 운영하는 민간자격정보서비스(www.pqi.or.kr)에서 관련 민간기관과 자격증, 자격 교육과정 정보를 검색·열람할 수 있다. 2013년(1곳)을 시작으로 매년 조금씩 늘던 기관수는 2019, 2020년 두 해 동안에만 82곳이 늘었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5개 기관이 자격 등록했다. 발급되는 자격명은 ‘타로심리상담사’가 보통이지만, ‘타로마스터’ ‘타로지도사’ 등 유사한 이름도 적잖다. 하지만 등록정보를 살펴보면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문제는 자격관리가 적절하게 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172개 자격증의 등록정보를 모두 확인한 결과, 응시자가 몇 년간 한 명도 없거나 있어도 합격률이 100%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000명 이상 응시자를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수치가 기재된 기관은 한 곳에 불과했다. 한 기관에서 타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해당 기관에 개설된 온라인강의만 이수하고 자격증을 발급받았다”고 털어놨다.
 
서울 대학로·신촌 일대에서 10년 이상 타로상담을 해온 역술인 B씨는 “자격증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자격을 검증하지 못한다”며 “홍보용, 보여주기 식”이라고 단언했다. “과거엔 업계에서도 능력이 뛰어난 소수 역술인에게 경의의 뜻으로 ‘마스터’ 칭호를 붙였다”며 “이젠 자격증(1급)만 따면 마스터이거나 심지어 자격증 이름 자체가 ‘타로 마스터’인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점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업체는 이런 문제 때문에 별도의 자체 테스트를 거쳐 역술인 입점을 결정한다. 일반인 패널 3명을 섭외해 적중률·친절도 등을 평가하고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린다. 이 업체 대표 C씨에 따르면 평가를 통과하는 역술인은 5명 중 1명꼴이다. 민간기관들의 자격시험 합격률과는 크게 차이 난다. C씨는 “국가공인 자격증이 나와야 업계 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스기사] “국내 점술 시장 규모 8500억원 안팎” - 미 등록, 음식점 등록한 뒤 변칙 영업하기도

그간 국내 점술 시장 규모를 둘러싸고 추정이 분분했다. 한국역술인협회는 한국의 점술 시장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해 왔다. 백운산 협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철학관 등을 운영하는 역술인 30만 명에 무속인은 15만 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연평균 4000만원 수익을 올린다면 시장 규모는 2조원 안팎이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2016년)에서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의 매출액은 2043억원, 종사자 수는 1만1585명이었다.
 
최근엔 점술 서비스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추산치가 나왔다. 천명앤컴퍼니가 추정한 2019년 점술 시장 규모는 8500억원. 전문 조사 업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점술 서비스 이용 패턴을 설문한 뒤 추산한 결과다. 조사마다 수치가 크게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 전재현 천명앤컴퍼니 공동대표는 변칙 영업을 이유로 꼽았다. 전 대표는 “현장 조사 나가면 세 곳 중 두 곳은 미등록이거나 음식점업으로 변칙 등록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수치는 널뛰기하지만, 성장세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 업체 매출은 지난 한 해 2.2배 늘었다. 전재현 대표는 “사업 초기 빠른 성장세를 감안해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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