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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탓 길 잃은 인터넷·SNS, 허상 더 믿는 음모론 기승

[SUNDAY 인터뷰]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 『김대식의 키워드』에서 팬데믹을 인류의 동반자라고 했다. 그만큼 자주 발생했었다는 뜻이다. 전민규 기자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 『김대식의 키워드』에서 팬데믹을 인류의 동반자라고 했다. 그만큼 자주 발생했었다는 뜻이다. 전민규 기자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종식의 희망이 보인다. 그런데 집단 면역이 현실화되면 우리 삶은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뇌과학자인 KAIST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을 만들고 도시에서 살지만 인간의 뇌는 원시 시대 인간의 뇌에서 한 치도 진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새 책 『김대식의 키워드』(김영사) 출간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30만 년 전 처음 출현한 호모사피엔스의 두뇌 그대로여서 전쟁·불평등 등 아직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쌓여 있는데 AI가 등장하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쳤다는 진단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34개 키워드로 코로나 시대 성찰
30만년 전 진화 멈춘 인간의 두뇌
위기 닥치자 원시 본능으로 회귀
보고싶은 것만 보는 현상 가속화
민주주의 공론 시스템 복원 시급

책은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팬데믹·음모론·정체성·현실·죽음 등 삶의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롭게 부각되거나 그 의미가 변질되는 34개 단어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김대식의 키워드

김대식의 키워드

뇌과학자인데도 역사·철학·예술 등 전방위적 글쓰기를 해왔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인류가 경험한 마지막 팬데믹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었다. 그러니까 지구상에 성인으로 팬데믹을 경험한 사람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주기적으로 발생했는데, 없던 것들이 팬데믹 이후 새롭게 생겨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전부터 있었던 현상이 가속화된다. 그럼 21세기에는 어떤 트렌드가 가속화될까. 가령 현실이 쪼개지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 같다.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공지능, 이런 것들로 인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각자 머리 안의 상상을 현실로 인정하다 보면 현실이 여러 개로 쪼개진다. 그러다 보면 토론이 불가능해지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공론장이 사라진다. 팬데믹 와중에 다양한 음모론이 나오지 않았나. 음모론은 공론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믿는다. 빌 게이츠가 세계 통제를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되는데, 10년 전이었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였을 거다.”
 
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원인을 찾다 보니 음모론이 싹튼다고 했는데.
“14세기 흑사병이 돌 때 유대인들이 기독교도 아이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얘기가 돌았다. 600년이 지나, 그 사이에 계몽과 산업화를 경험했는데도 팬데믹이 발생하자 과거의 못된 버릇인 음모론이 다시 나온다. 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두뇌가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두뇌여서 그렇다. 인간은 낡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듯 스스로를 업데이트해왔다. 종교·교육·과학이 그런 것들이다. 문제는 두려움에 빠져 미래 예측이 불가능해지면 다시 본능으로 내려간다는 점이다. 확률적으로 그렇다. 가령 멀쩡하던 중산층이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닥치면 학살을 저지르지 않나. 뇌라는 기계는 30만 년 전에는 생존에 적합한 알고리즘이었다. 이제는 시대적 오차가 생겼다. 과거에는 유전적 관계가 있는 작은 그룹하고만 같이 살면 됐다. 이방인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었다. 지금은 수백 만, 수천 만 명의 이방인과 같이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도 팬데믹 같은 문제가 터지면 자기 사람만 챙기기 시작한다. 그런 현상이 한 사회, 국제관계 같은 차원으로 확산되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법은 있나.
“사회적 문제 해결에 역시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시스템인데 한국이라는 하드웨어의 운영체제로서 민주주의는 낡은 버전 같은 느낌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공론장이 강해지고, 선택과 결정 과정은 복잡해진다. 30만 년 두뇌의 인간에게는 더욱 답답한 상황인데, 왜 그렇게 선택 과정이 복잡해져야 하는지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쪼개진 공론장을 다시 복원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뉴스 생산에 드는 비용을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 가짜 뉴스 대처법도 가르쳐야 한다.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짜뉴스라고 차단해버리면 역효과가 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언론 자유는 없어져 버린다.”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삶의 태도는.
“내 책의 키워드들은 새로울 게 없다. 중요한 점은 키워드의 의미가 변한다는 거다. 기술 발전, 팬데믹으로 과거 당연하던 것이 앞으로도 당연하다는 보장이 없어졌다. 하얀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각자 자기 인생에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나만의 키워드를 써보고 간추려 삶을 단순화시키되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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