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접종을 참관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접종대상자를 기다리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은경 청장 발언 논란
정 청장은 “순서가 좀 늦게 오시기를…”이라고 답했다. 특유의 과묵한 스타일답게 답변이 짧았다.
정 청장의 말은 '대통령이 좀 늦게 맞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늦게 맞으면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얀센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이달 말에 화이자 백신 50만명 분이 들어오는데, 당장 그게 해당할 수도 있고, 다른 3개 백신일 수도 있다.
아니면 3월 말 미국의 AZ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고, 거기서 65세 이상에게 맞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AZ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화이자 등 4개 백신이나 노인 유효성이 검증된 AZ 백신을 맞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26일 접종을 시작한 AZ 백신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AZ백신의 불신을 의식한 듯 26일 접종 현장에서 1호 접종을 받은 의료진에게 “아무래도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말씀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접종현장에서도 불신이 나왔다.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 접종 현장에서 요양보호사인 김모(59)씨가 “사실 마음 같아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고 싶었는데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며 “큰 질환을 앓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이 우려되긴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은 정 청장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백신 접종의 불안감이 더 퍼지게 되면 대통령이 솔선해서 일찍 맞아야 할지 모른다"며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 대통령이 접종순서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맞게 된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접종률이 높게 유지되길 기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며 "접종률이 낮아지면 정부 인사나 유명인이 접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접종계획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5월부터 접종하게 돼 있다. 문 대통령은 68세라서 여기에 해당한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