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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낳는 게 낫겠어" 중국이 부딪힌 심각한 문제

“996 하는 사람이 아이가 생기면 어떡하나"

 
올 새해 중국 사이트 더우반(豆瓣)에 올라온 이 질문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996’은 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제를 가리키는 말로, 중국의 인터넷 기업 및 IT업계의 야근 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해당 글 밑에 달린 댓글을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다.

IT업계 자녀 부르는 신조어 '인터넷 유수아동'
'남겨진' 아이들과 '표류하는' 노인 문제 대두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부모님, 보모, 아니면 탁아소"
"대부분 양가 부모님께 부탁하더군요"
"결국 어르신들이 돌보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야근만 안해도 괜찮은데, 996이면 방법이 없을 듯..."
"노쇠한 부모에게 아이 맡기는 것도 불효 아닌가, 상황이 어려우면 차라리 안 낳는 게 현명"
"그러니까 996이면 비혼 비출산이 최고의 선택"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이처럼 '996'은 직장인 본인의 문제를 넘어 그들이 속한 가정의 문제다. 야근이 일상이면 함께 살아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고, 인터넷 기업에 근무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집에 홀로 남게 된다. 현실적인 이유로 방치된 아이들. 중국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인터넷 유수아동(互联网留守儿童)’이라 부른다.
 
‘남겨진 아이들’이라는 뜻의 '유수아동(留守儿童 류서우얼퉁)'은 본래 부모가 모두 돈벌이를 위해 외지로 나가 농촌에 방치된 아이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2000년대 초반, 중국 도시화가 본격화하면서 ‘농민공’들이 대도시로 향했고, 그들의 자녀는 농촌에 남아 부모와 떨어진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 시절 ‘유수아동’이 농촌에 남아 부모를 기다려야 했다면, 지금의 ‘인터넷 유수아동’은 대도시에서 부모와 함께 살지만 일상에서는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된 셈이다. 보모 혹은 (외)조부모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막상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와는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
[사진 36kr]

[사진 36kr]

 
과거 80년대 계획경제 시기에는 자녀 육아가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중국 매체 36kr은 "지금처럼 육아를 최우선으로 삼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당시만해도 많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직장 탁아소를 운영해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90년대를 기점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국가와 기관에서 운영하는 탁아소는 5년 사이 70% 줄었고, 2010년경 이 같은 탁아시설은 거의 사라졌다. 한편, 인터넷 기업이 싹을 틔우기 시작하면서 업무 시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후 형성된 시장화 된 탁아 시장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이 문제였다. 사교육 열풍 속에 영어 유치원, 사립 유치원 등이 생겨났다. 영어-중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사립 탁아 기관은 한 달에 수만 위안(1만 위안=17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사진 fuxingnews.com] ?

[사진 fuxingnews.com]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맞벌이 부부가 아이의 조부모의 힘을 빌린다. 문제는 조부모에 의한 양육이 세대 갈등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에는 손주 돌봄 비용을 달라고 딸을 고소한 노인의 사례가 보도되면서 “아이를 돌봐주는 부모에게 돈을 드려야 하는가”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모의 양로를 책임지는 대신 손주 육아를 조건부로 요구하는 ‘신형 불효(新型不孝)’ 현상도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자녀의 근무지를 따라 함께 이동하는 노인은 18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체 유동인구 2억 4700만 명의 7.2%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오로지 ‘손주 돌봄’을 목적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노년층의 비중은 43%에 달한다.
 
취업을 위해 상경해 베이징(北)에서 표류하는(漂) 지방출신 직장인을 ‘베이퍄오(北漂)’라고 한다. 요즘에는 육아를 위해 자녀를 따라 타향살이하는 노인을 부르는 ‘라오퍄오 족(老漂族)’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이 같은 중국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기회가 몰린 대도시로 상경한 젊은이들은 외지에서 ‘표류한다’. 그들이 성공을 위해 일하는 동안 자녀는 ‘남겨지고’, 이들의 부모는 손주를 돌보기 위해 노년에 다시 ‘표류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지난해(2020년) 중국에서는 1003만 5000명이 태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출생아 수가 약 15%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산아제한을 계속해서 완화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늘지 않고 있다. '제도'가 출산을 허용해도 '현실'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중국, '남겨진 아이들'과 '표류하는 노인들'은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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