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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군대 온 심정" 혀내둘렀다…여배우 철인삼종 뮤지컬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하는 정선아(노란옷), 옥주현(검은옷) 배우. [사진 클립서비스]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하는 정선아(노란옷), 옥주현(검은옷) 배우. [사진 클립서비스]

  “해본 작품 중 가장 어렵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가 꼽은 작품은 이달 16일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 옥주현은 ‘위키드’의 투톱 주인공 중 엘파바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나온 배우 남경주가 옥주현에게 의외라는 듯 물었다. “‘엘리자벳’ ‘레베카’도 있는데 ‘위키드’가 제일 어렵다?” 옥주현은 “쉬는 시간이 없다. 무거운 옷을 입고 매달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노래를 해야하고, 대사량도 많다. 숨이 헐떡거릴 때쯤 더 뛰어야해서 미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대에 가본 적은 없지만 군대에 간 심경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했다.
 
‘위키드’는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한국에서는 2012년, 2013년, 2016년에 이어 5년 만에 공연 중이다. 두 주인공은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 뮤지컬 스타인 옥주현과 정선아는 2013년 이후 8년 만에 엘파바·글린다로 함께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여성 투톱의 ‘위키드’는 여배우들의 '군대' 또는 '훈련소' 같은 작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선아 또한 “1막만 끝나도 배가 고프고 체력이 확 떨어지는 작품이고 정말 힘든 작품”이라고 했다. 옥주현과 같은 역에 더블캐스팅된 손승연도 “발랄하고 귀여운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준비하면 할수록 어려웠다”고 했다. ‘위키드’는 왜 여배우들에게 악명이 높을까. 그 이유를 살펴본다.
 

암전 없이 퀵퀵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사진 클립서비스]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사진 클립서비스]

1막의 ‘단 하루(One short day)’는 배우에게 100m 달리기와 같은 노래다. 에메럴드 시티에 도착한 엘파바와 글린다는 손을 잡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금새 다시 기쁨에 차서 나타나야 한다. 그 사이 무대 위의 앙상블이 두 소절을 부르는 동안 두 배우는 의상을 바꾸고 나와야 한다. 홍승희 연출은 "16초 안에 체인징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렇게 등장한 배우들은 온 무대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소화한다. 옥주현은 “미친듯이 의상 체인지를 하고 숨이 헉헉 거릴 때 첫 소절을 부르면서 나와야 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게다가 ‘오즈의 마법사’모티브에서 출발한 ‘위키드’의 무대는 환상으로 덮여있다. 조명이 밝은데다가 2막에 2초의 짧은 암전(暗轉)을 제외하고는 암전이 없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54번의 무대 전환이 모두 밝은 상태에서 이뤄지고, LED조명 5000개를 사용한다. 숨을 곳 없는 무대에서 두 명의 여주인공은 쉴새없이 등장해 연기ㆍ춤ㆍ노래를 한다.
 

1000번 넘는 큐큐

'위키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옥주현. [사진 클립서비스]

'위키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옥주현. [사진 클립서비스]

‘위키드’에는 약속이 많다. 글린다 역에 더블캐스팅 된 나하나 배우는 “지켜야할 약속이 많아 하나라도 어긋나면 돌아가지 않는 톱니바퀴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무대 연출은 배우들의 대사, 작은 손동작, 노래와 함께 시작된다. 배우가 정확한 위치에서 동작을 시작해야 앙상블 배우들의 노래와 소품이 움직이는 식이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장면, 마술적인 효과가 나오는 장면도 많기 때문에 이런 약속은 복잡하다. 홍승희 연출은 "특히 엘파바의 손짓, 대사, 가사에 세트, 조명, 음악 큐가 연결돼 배우의 연기에 따라 장면이 시작된다. 이러한 큐가 1000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옥주현은 이처럼 복잡한 연습 과정을 거친 2013년 공연 후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울어본 건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다.
 

20㎏, 360겹 무거운 의상들

 '위키드' 의 글린다가 입는 버블드레스. [사진 클립서비스]

'위키드' 의 글린다가 입는 버블드레스. [사진 클립서비스]

‘의상 난이도’는 글린다 쪽이 높다. 글린다는 극 초반에 등장하며 수천개의 비누방울을 뿜으면서 버블 드레스를 입는다. ‘위키드’의 의상 디자이너 수잔 힐퍼티는 여기에 수백개의 패턴을 수작업으로 넣었고, 의상의 무게는 20㎏이다. 엘파바 역시 만만치 않은 옷을 입는다. 엘파바가 2막에서 입는 의상은 360겹으로 돼있다. 의상 뿐 아니라 분장도 쉽지 않다. 엘파바는 온몸이 초록색인 마녀. 특정 메이크업 브랜드가 엘파바를 위한 파운데이션을 개발해 쓰고 있으며, 파우더와 파운데이션을 겹겹이 칠하는 과정에는 한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이런 옷과 분장을 하고 무대 위로 날아올라야 한다는 점이 고난이도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는 사악한 마녀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대표적 노래인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부르는데, 무대의 가장 높은 곳까지 솟아올라야 한다. 
 
'위키드'의 대표곡인 '중력을 벗어나'는 가창력 뿐 아니라 무게감을 갖춰야 하는 노래다. 미국 초연 당시에는 ‘겨울왕국’의 엘사로 유명한 이디나 멘젤이 엘파바 역할을 소화했다. ‘겨울왕국’ 엘사와 엘파바의 음역대와 성량 무게감은 비슷하다. 멘젤 뿐 아니라 독일ㆍ네덜란드의 엘파바였던 빌레메인 페르카이크, 2013년 한국 무대에서 엘파바를 맡았던 박혜나도 ‘겨울왕국’ 에서 ‘렛잇고’를 불렀다. ‘위키드’의 음악감독 양주인은 “엘파바는 힘이 있어야 하고 글린다는 여러 발성을 사용해야 하며 노래 내내 움직임이 많아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누르고 노래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배우들은 극의 단순치 않은 내용 때문에도 난감하다. ‘위키드’는 미국 작가 프랭크 바움의 1900년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모태로 한다. 이 스토리 등장인물 사이의 스토리를 새롭게 해석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1995년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에서 뮤지컬이 출발한다.
 
뮤지컬의 뿌리인 두 소설은 모두 시대·사회·인간에 대한 상징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다. 뮤지컬 또한 상징과 생략, 원전에 대한 비유와 은유가 많다. 이에 대한 이해와 표현이 배우들에게 하나의 과제다. 옥주현은 “외국에서 공연을 봤을 때는 좋기만 했는데 공연을 해보니 인생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메시지가 있었다”며 “세상에서 진실과 밝음을 이야기하는 자들이 사라진다는 무거운 메시지까지, 수많은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위키드’는 5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이후에는 부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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