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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드 칼럼] 바이든의 ‘전략적 인내’ 바뀔 가능성은 희박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는 지난 4일 국무부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선 직후인 지난해 10월 한국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나는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임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수십 년간 사랑하는 이들과 생이별한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로지 비핵화에만 집중했던 트럼프 정권보다 훨씬 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동시에 이전 정부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목표 달성을 위한 ‘압박’을 하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협상 선물도, 압박 카드도 없어
북한 태도 변화가 교착 해결책

북한 정권은 핵 포기 의사를 확실하게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 1월에 있었던 제8회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겸 총비서)은 초대형 수소탄과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대 설립을 선언했다. 수년에 걸친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꺾지 못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으로나 압박으로나 앞서 언급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책은 협상에 임하는 양측이 상대방에게 현재 상황보다 더 솔깃한 카드를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러 양측 모두 거래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할 때 비로소 통한다. 미국은 북한이 집착하고 있는 핵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값진 협상 카드를 내놓기가 어렵다. 압박 역시 그 압박을 받는 측에서 굴복으로 얻는 결과보다 저항하는 결과가 더 비참할 때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는 한 미국은 충분한 압박을 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영원히 핵무장을 유지하거나 한반도가 영영 분단 상태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말은 아니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때로는 갑자기 급속도로 변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주요 변수가 있다. 하나는 중국이 경제적·정치적 대북 원조를 전면 철회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 내부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났을 때 성사될 일이다. 현재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미래에도 불가능하리라는 법은 없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내부 붕괴다. 북한은 극심한 경제 침체와 코로나19 확산 위협, 어쩌면 고위 간부층의 분열 문제까지 겪고 있다. 실질적인 붕괴의 조짐은 없지만 옛 동독인들은 동독을 오래된 떡갈나무에 빗대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썩어서 태풍이 몰아치면 갑자기 쓰러져버릴 상태였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런데 이 두 변수와 미국 정책의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외교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가 없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관계 회복을 도모하더라도 미국이 북·중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만큼 중국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을 가장 크게 압박하는 단 하나의 요인은 북한의 자발적 고립인데, 미국이 그것을 노리고 새로 취할 수단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씁쓸한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이 오바마 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 정책 입안자였다. 그것은 북한의 상황 변화를 끈기 있게 기다리는 한편 미국의 한계를 은연중에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지난해 연합뉴스 기고문을 통해 밝혔던 것보다 신중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예상을 뛰어넘는 협상 의지를 보일 경우에만 대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미국이 북한에 보다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은 전 세계에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현실적이지는 않다. 미국이 갖고 있지도 않은 능력에 대한 착각을 버리고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대북정책을 세우는 게 차라리 현재로썬 모두에게 최선의 길인 것 같다.
 
존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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